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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김웅에 수차례 "솔직히 밝혀라"…유승민, 맹탕 회견에 속터진다

김웅에 수차례 "솔직히 밝혀라"…유승민, 맹탕 회견에 속터진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8 11:31

업데이트 2021.09.08 11:58

성지원 기자

‘유승민계’가 연달아 당 안팎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1.9.7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이른바 ‘검찰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받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유 전 의원의 대선 캠프에서 대변인직을 맡아 왔다. 8일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캠프 대변인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야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해당 의혹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의심에는 김 의원과 유 전 의원의 정치적 관계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 유 전 의원 등이 바른미래당을 깨고 나와 만든 새로운보수당의 ‘1호 영입인사’였다.

이후에도 이른바 ‘유승민계’를 자처하며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애매한 해명을 이어갈수록, 의혹의 핵심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윤 전 총장 캠프에선 “태도가 비겁하다. (애매한 태도가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인지는)어떠한 추정도 하지 않겠다”(6일 김경진 대외협력특보)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과 유 전 의원 모두 ‘정치공작’이라는 의심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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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제가 정치공작에 가담했다는 루머를 퍼뜨리는 세력이 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유포이며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 역시 전날 공약발표회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윤석열 캠프 측에서 김 의원이 마치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같이 말하는 부분에 대해, 당내에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걸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캠프에선 논란이 유 전 의원의 대선 행보에 옮겨붙을지 우려하고 있다.

이날 캠프는 김 의원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대책을 논의했다. 캠프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전날 직접 김 의원과 수차례 전화통화로 ‘최대한 솔직하게 국민 앞에서 밝혀라’고 했다. 그 외에 우리는 정말 아는 것도 없고, 한 것도 없다”며 “검찰 조사에서 최대한 빨리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당 안팎의 갈등에 ‘유승민계’가 자주 소환되면서 유 전 의원의 답답함도 커지고 있다. 앞서 윤 전 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이 격화했을 때도 윤 전 총장 측에선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견제하고 유 전 의원을 띄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가 그동안 유 전 의원과 정치 행보를 함께 해온 점, 대표 취임 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유승민 대통령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한 발언이 불씨가 됐다.

반면 유 전 의원 측에선 “이 대표와 오히려 더 거리를 두느라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 전 의원 본인도 “저와 가까운 분들은 당직에 아무도 안 갔다. 오히려 저는 역차별을 엄청나게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 전 의원의 ‘이준석과의 거리두기’가 특히 2030세대 공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 급상승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2030 남성층이 이 대표와 갈등을 빚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홍 의원 지지층으로 유입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작 이 대표와 가까운 건 유 전 의원인데, 2030 남성층에 대한 '이준석 효과'는 오히려 홍 의원이 잔뜩 누리고 있으니 유 전 의원으로선 답답한 노릇이다.

캠프 관계자는 “이 대표의 결정에 불만이 있어도 우린 한 마디도 못 하고, 대표의 행보에 공감하더라도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