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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호실적에 車 반도체 회사 몸값 치솟아…M&A 고민 깊어지는 삼성

호실적에 車 반도체 회사 몸값 치솟아…M&A 고민 깊어지는 삼성

글로벌 상위 車 팹리스 2분기 일제히 호실적
당분간 수요 유지…실적도 계속 높을 듯
3년내 의미 있는 M&A하겠다는 삼성전자
車 반도체 팹리스 , 몸값 올라 여력 부족 우려

 

인피니언 자동차 보안 반도체 및 시스템 영상. /인피니언 제공

박진우 기자

입력 2021.08.17 06:00

 

글로벌 상위 자동차용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들이 2분기 일제히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자동차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로 칩 단가가 크게 오른 덕분이다. 자동차 반도체 팹리스의 선전으로 이들 중 하나를 인수합병(M&A) 하려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호실적으로 기업 가치가 뛰어 인수 금액이 몇 년 전보다 크게 불어난 탓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팹리스 NXP는 2분기 주력인 자동차 반도체의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NXP는 2분기 매출 26억달러(약 3조원), 영업이익 8억3000만달러(약 9699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영업이익은 121% 늘었다.

독일 인피니언은 2분기 매출 27억2200만유로(약 3조7331억원), 영업이익 2억4500만유로(약 336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25% 증가했고, 영업손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NXP와 인피니언은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회사다. 2019년 기준 NXP가 1위, 인피니언이 2위였고, 지난해에는 인피니언이 1위, NXP가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자동차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의 제품. /르네사스 제공

업계 3위 일본 르네사스 역시 자동차 반도체 호황으로 매출 2179억엔(약 2조3073억원), 영업이익 614억엔(약 6501억원)을 2분기에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30.7%, 영업이익은 31.2% 늘었다.

상위 업체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반도체 팹리스들도 좋은 성적을 냈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증가한 22억1300만달러(약 2조5859억원)를 달성했고,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경우 자동차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23.8% 증가한 1억200만달러(약 1192억원)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반도체 팹리스들은 당분간 호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문이 2년치 가까이 밀려 있는데다, 자동차 전자장비화(전장화)로 반도체의 사용처는 더욱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커트 시버스 NXP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가이던스(목표치)보다 많은 매출을 거뒀다”라며 “장기적으로 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다”고 했다. 인피니언 측은 “반도체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재고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라고 했다.

TSMC에서 생산하고 있는 8인치 웨이퍼. /TSMC 제공

생산능력도 갑자기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반도체는 ‘성숙(레거시) 공정’으로 알려진 8인치(200㎜) 웨이퍼(반도체 원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생산되는데, 파운드리 업계가 12인치(300㎜) 공정으로 전환되면서 8인치 웨이퍼 장비 자체가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공정 전환에 따라 현재 8인치 웨이퍼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업체들도 극히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12인치 웨이퍼 장비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상황에서 8인치 장비는 중고를 구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했다.

 

3년 내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자동차 전장 분야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한 삼성전자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자동차 반도체 팹리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NXP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가 한차례 인수를 검토했다고 알려진 회사다. 앞서 2016년 퀄컴도 NXP와 인수 협상을 벌였다. 당시 NXP에는 380억달러(약 44조원)의 몸값이 책정됐고, 협상과정에서 440억달러(약 51조원)까지 몸값이 오르며 인수는 무산됐다. 현재 NXP의 기업가치는 이보다 수십조원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가총액만 60조원을 넘는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증설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금액의 3배 수준이다.

NXP의 전력반도체(PMIC). /NXP 제공

미국 상장 기업의 M&A는 인수자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와 피인수기업이 합병하되, 피인수기업 주주에 매각 대가를 주는 삼각합병 방식이 주를 이룬다. 잔여지분이 있다면 소액주주 대상 텐더오더(공개매수조항)도 할 수 있다. 100% 지분 대금에 경영권 프리미엄도 얹으면 NXP의 인수액은 현재 80조원 이상일 것이라는 게 투자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130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역량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업계는 삼성전자가 기업 하나를 인수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10년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상황으로, NXP 인수 말고도 써야 할 투자처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에 경영권까지 확보하려면 NXP 인수는 금액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라는 것이 중론이다”라며 “삼성전자가 NXP 인수설을 계속 부인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