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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빠져나가자 불안한 중앙아시아, 발빠르게 움직이는 중러

미군 빠져나가자 불안한 중앙아시아, 발빠르게 움직이는 중러

중국 “정치 주류로 복귀 환영” 탈레반 2인자 불러 회담
러시아 아프간 20㎞ 떨어진 곳에서 타지키스탄 등과 연합훈련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입력 2021.08.14 07:00

지난달 28일 중국 톈진을 방문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일행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가운데 양복 입은 사람)을 비롯한 중국 외교부 관료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미군 철수 후 아프가니스탄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면서 주변 강대국인 중국, 러시아가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아프간 사태가 이들의 핵심 이익이 걸린 중앙아시아 5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의 정세 불안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이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온상이 될 경우 자국 내 테러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러는 아프간에서 손을 뗀 미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등과 연계된 ‘파키스탄 탈레반’과 달리 ‘아프간 탈레반’을 공식 정치세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아프간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가니 바라다르를 중국 톈진(天津)으로 초청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바라다르와 회담에서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며 “아프간 국민이 자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간 “아프간 정권과 탈레반의 정치 평화 협상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탈레반이 정치 주류로 복귀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중국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경우 2000년대처럼 중국 신장 지역의 독립을 주장하는 이슬람 테러 단체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을 지원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중국 신장 지역과 아프간은 해발 4000m 협곡 지대를 통해 국경선(약 90㎞)을 접하고 있다. 탈레반도 이런 중국의 우려를 의식해 외국을 공격하는 세력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인 9명이 숨진 파키스탄 버스 테러가 아프간에서 훈련한 무장세력 소행이라고 파키스탄 정부가 밝히면서 중국 내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아프간 사태에 대응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키르기스스탄의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을 러시아로 불러 안보·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6월에는 카자흐스탄의 실권자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을 초청해 역시 지원 방침을 밝혔다. 러시아 중부군구는 아프간에서 20㎞ 떨어진 타지키스탄 훈련기지에서 러시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3국 2500명이 연합 훈련을 실시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