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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스르기

한줌의 허욕

" 태산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더미이다." ㅡ 한비자

  MB 정권시절에 방송계의 황제 소리를 들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를 미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법정에 섰다. "인생의 황혼기에 작은 흙더미에 걸려 넘어졌다"고 70 중반의 나이에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핸섬한 외모에 말솜씨와 지략을 겸비하고 MB정권 탄생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정두언 전의원도 비명에 생을 마감했다. 그는 '만사형통'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받던 대통령의 형을 물고 늘어지다가  흙더미를 잘못 밟고 권력에서 멀어졌다.

  깨끗한 진보정치의 대명사인 노회찬 정의당 대표는 4천만원과 고결한 목숨을 바꿨다. 이석기가 먹다 남은 통진당의 후신으로 전혀 정의롭지 않던 정의당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정치인에게 주는 돈은 공짜가 없다. 가시가 달린 생선이라 삼키면 목구멍에 걸리게 되어있다.

가짜 수산업자에게 고급 자동차를 접대받은 박영수 특검이 서슬퍼런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가 누구인가?  2대 부녀 대통령을 지낸 신데렐라 박근혜를 처참하게 난도질한 포청천이 아니었던가?

  어디 그 뿐인가?
도덕적으로 깨끗하다고 자부해온 민주화 시민운동가들이 권력의 단맛에 취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멍청한 숫꿩 신세가 되었다.

  노무현의 좌희정으로 한때 대통령 후보에 까지 올랐던 충남지사 안희정, 칠전팔기의 오뚜기 부산시장 오거돈, 희망제작소를 차리고 시민운동을 하다가 서울 시장을 3선연임한 인권시장 박원순,

이들은 한결같이 가장 가까이서 자신을 보좌하던 여비서를 희망고문하다가 분 냄새가 진동하는 흙더미에 걸려 희망에서 절망으로 떨어졌다.

 노무현의 수행비서 바둑이 김경수, 그도 킹크랲이 목에 걸려 젊은 나이에 교도소행 경인선을 타게 되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도덕적 오만함의 뒤에 자신을 가리고 냄새가  진동하는 분토에 걸려 넘어졌다.

  누군가가 말했다.
"정치인은 교도소의 담장 위를 걸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한 발 헛 디디면 교도소에 떨어지게 되어있다. 정치와 권력의 세계에서 돈과 여자를 비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도 비껴가지 못했다. 그는 부인이 받은 금시계를 버렸다는  논두렁에 걸려 넘어졌다.

  한비자는 진시황의 부름을 받고 진나라의 수도 함양에 갔다가  동문수학한 승상 이사의 모함에 걸렸다. 천재인 그도 이사가 쳐 놓은 그물에서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알고 옥중에서 49세의 나이로 꿈을 펴지 못하고 음독했다. 자신이 말했던 흙더미에 걸려서 넘어진 것이다.

  절대권력을 꿈꾸던 이사도 불알이 거세된 내시 조고의 간계에 걸려 아들과 함께 함양성 교외에서 처형당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영화를 누렸던 그의 마지막 희망은 아들과 함께 누렁이를 데리고 함양 교외를 산책하는 것이었다.

  집권 4년차를 넘어 도착지에 다다른 문씨와 그 주변 인물들이 하나씩 흙더미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박정권 때 청와대와  권력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적폐청산이라는 모진 흙바람 광풍에 휘말려 추락한 것이 불과 4년전이다.
한때 잘 나가던 인물들이 5년마다 벌이는 물고 물리는 한풀이 정치 데자뷰를 또 한번 보게 될 것 같다.
아직은 서막에 불과하고 청와대 문짝 나가 떨어지는 소리가 와지끈 나는 새봄을 기대해야 겠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작은 흙더미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