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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 한국 펜싱 男 사브르, 올림픽 2연패 찔렀다

‘어벤저스’ 한국 펜싱 男 사브르, 올림픽 2연패 찔렀다

도쿄=장민석 기자

도쿄=김상윤 기자

입력 2021.07.28 20:07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대한민국 대 이탈리아 결승전. 한국 선수들이 이탈리아를 누르고 금메달을 딴 뒤 기뻐하고 있다. 2021.7.28/연합뉴스

한국 남자 펜싱이 올림픽 2연패(連覇)를 달성했다.

오상욱(25·성남시청)·구본길(32)·김정환(38·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교체선수 김준호(27·화성시청)로 구성된 대표팀은 28일 오후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45대26으로 꺾고 금메달을 걸었다. 도쿄에서 한국 선수단이 양궁을 제외한 종목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다.

화려한 선수 구성으로 ‘어벤저스’라 불리는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12 런던올림픽에 이어 2연속 정상에 섰다. 런던올림픽에선 원우영(39), 오은석(38·이상 은퇴)이 김정환, 구본길과 금메달을 합작했다. 리우에선 단체전 6개 종목 중 4개만 열리는 순번제에 따라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오상욱,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왼쪽부터)가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태극기를 들고 있다.2021.07.28 지바=이태경 기자

9년 만에 다시 단체전에 나선 대표팀에는 어느덧 베테랑이 된 김정환, 구본길에 에이스 오상욱과 교체선수 김준호가 합류했다. 이들은 세계무대에서 월등한 기량을 과시하며 ‘어벤저스’라 불리는 팀이다.

‘어벤저스’는 국내보다 해외 팬들이 더 많다. 준수한 외모의 4명이 피스트에 서면 패션쇼를 연상시킨다. 김정환과 구본길은 홍콩 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중후한 멋을 자랑한다면, 김준호와 오상욱은 아이돌 가수 뺨치는 비주얼을 뽐낸다. 펜싱협회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국제 대회에 나가면 해외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오상욱(구본길,김정환)이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 선수에게 공격을 하고 있다. 2021.07. 28 지바=이태경 기자

한국은 이날 결승전에서 김정환이 먼저 나섰다. 김정환의 활약으로 5-4로 앞선 채 오상욱이 나왔다. 에이스 오상욱은 이름값을 해냈다. 단숨에 점수를 10-4까지 벌렸다.

다음 선수는 구본길. 구본길도 화려한 공격을 선보이며 15-6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다시 맏형 김정환이 나섰다. 김정환도 상대를 쉴 새 없이 몰아붙이며 20-7을 만들었다. 한국 펜싱이 이탈리아를 압도했다.

이어 나온 구본길은 25-11을 만들었다. 다음은 에이스 오상욱의 차례. 오상욱은 30-17로 자신의 차례를 끝냈다.

이제 세 번의 맞대결만 남았다. 이번엔 구본길이 먼저 나왔다. 구본길은 35-20으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 선수는 김정환과 교체돼 나온 김준호였다. 이번 대회 첫 출전. 교체 선수라도 실력은 세계정상급이었다. 김준호는 40-21로 마지막을 에이스 오상욱에게 넘겼다. 오상욱은 5점을 연속으로 내주고 1점을 만회했다. 구본길이 “의심하지마”라고 오상욱에게 힘을 실어줬다. 오상욱이 연속 득점으로 45-26까지 점수를 벌리며 감격의 금메달을 따냈다.

구본길이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오상욱에게 안기고 있다. 2021.07.28 지바=이태경 기자

대표팀 맏형 김정환은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리우올림픽 개인전 동메달, 도쿄올림픽 개인전 동메달에 이어 올림픽 4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뒤 은퇴 의사를 밝혔던 김정환은 1년 만에 이를 번복하고 돌아와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의 값진 성과를 남겼다. 대표팀에 선발된 후 “내가 후배들 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던 김정환은 왜 자신이 대표팀에 필요한지 스스로 입증했다.

구본길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대회 2연패의 주역이 됐다. 구본길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오상욱에게 15-14로 승리하며 대회 3연패를 이룬 스타다. 구본길은 “한때 한국 사브르가 세대교체 등으로 힘들어 할 때가 있었지만 정환이 형과 제가 갔던 길을 후배들도 가도록 힘닿는 데까지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표팀 에이스 오상욱은 가장 극적으로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지난 3월 오상욱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귀국 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 미각·후각이 없어졌고, 92㎏이던 몸무게가 한 달 만에 85㎏이 됐다.

그는 4월 중순 퇴원한 뒤 이틀 만에 다시 운동을 시작해 강도를 올렸지만 몸이 따라오지 못했다. 결국 기본기 훈련을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지난 6월에야 대표팀에 합류한 오상욱은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교체 선수인 김준호는 결승전에 김정환을 대신해 나와 우승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