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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확 변해버린 백발의 허익범… ‘최약체 특검’ 시선 이겨낸 3년

확 변해버린 백발의 허익범… ‘최약체 특검’ 시선 이겨낸 3년

문지연 기자

입력 2021.07.23 15:03

허익범 특별검사의 2018년 7월 모습(왼쪽)과 2021년 7월 모습. /뉴시스·연합뉴스

친문(친문재인) 적통이자 여권 잠룡(潛龍)으로 꼽혔던 김경수(54) 경남도지사의 실형이 확정되자 유죄를 이끌어낸 허익범(62·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년 전 ‘최약체 특검’이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던 그는 한껏 늘어난 흰 머리와 수척해진 얼굴로 “이제는 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1일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김 지사는 2018년 7월 1일 취임한 지 1117일 만에 도지사직에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김 지사의 실형이 확정되자 스포트라이트는 허 특검을 향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 1호 특검이었음에도 무명 인사에 가깝던 그가 3년간의 노력 끝에 김 지사의 유죄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압수수색 영장이 여러 번 기각되는 등 악재가 이어졌었고, 정권 초기 높은 정부 지지율 속에서 여권 유력 인사를 수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공감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대법원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허익범 특별검사가 법정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3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수척해진 그의 근황까지 회자되고 있다. 김 지사의 대법 판결이 있던 날 언론 카메라에 담긴 허 특검은 백발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건강한 얼굴로 취재진 앞에서 종종 웃음까지 보였던 3년 전과는 상당히 대비된다.

수차례 고비를 이겨내기 위한 허 특검의 노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1·2심이 특검 측 주요 증거를 받아들였으나 김 지사 측이 혐의를 부인하며 상고장을 냈을 당시, 특검은 파기 환송 가능성을 고려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열중했다. 이 과정에서 허 특검과 팀원이 디지털포렌식 자격증 시험까지 봤다는 일화 역시 유명하다.

드루킹 계좌 추적 중 노회찬 의원 측에 돈이 전달된 내역이 드러난 상황에서, 노 의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2018년 7월 23일이었다. 허 특검은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당시 노 의원을 소환 조사한 적은 없다”면서도 “(노 의원이) 워낙 청렴결백하게 살았으니 실수를 용납하지 못해 선택을 하셨나 생각했다. 이후 3번 정도 조용히 노 의원 묘지에 다녀왔다”고 했다.

 

노 의원이 사망한 그날 밤, 낙상사고로 누워 지내던 허 특검의 모친도 세상을 떠났다. 허 특검은 “당시 ‘특검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하며 혼자 사무실에서 울었다”며 “특검팀이나 외부에 모친상을 알릴 수가 없었다. 개인적인 조사이고, 당시는 공직 수행 중이었기 때문에. 밤 11시까지 근무하고 상갓집에 가서 밤을 새고 다시 새벽 6시에 특검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했다”고 했다. 이어 “며칠 뒤 기일이라 어머니랑 이야기하러 찾아뵐 것”이라고 했다.

허익범 특별검사

허 특검은 21일 입장을 내고 “외부적으로는 험악하고 내부적으로는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수행한 수사팀, 특히 수사기관 내에 24시간 증거를 찾아온 포렌식팀, 공판 기간 내내 많은 디지털 증거를 모두 깊고 세밀하게 재검증·재분석·재해석해 준, 또 120만개가 넘는 댓글을 모두 검토해준 특별수사팀 등의 헌신과 열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어느 특정인에 대한 처벌의 의미보다는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조작 행위에 관여하여 선거운동에 관여한 책임에 대한 단죄”라며 “앞으로 선거를 치르는 분들이 공정한 선거를 치르라는 경종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이관했던 사건을 포함해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특검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허 특검 3년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 ‘팩폭시스터’에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