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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회담 특수 누린 제네바, 미 대표단 숙박비만 13억원

미러 정상회담 특수 누린 제네바, 미 대표단 숙박비만 13억원

파리=손진석 특파원

입력 2021.06.20 09:51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 전날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제네바 인터컨티넨탈호텔의 꼭대기 스위트룸 '라 레지당스' 내부. 하룻밤 숙박비가 5만스위스프랑(약 62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트리뷘 드 제네브

3년만에 열린 미국·러시아 간 정상회담을 유치한 스위스 제네바가 회담 개최에 따른 특수를 누렸다. 코로나 사태로 제네바 관광업계가 신음하던 중 미·러 정상회담이 가뭄 속의 단비 역할을 하면서 호텔·요식업계가 단기간에 상당한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바에서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이유는 러시아가 중립 지대에서 회담을 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 양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손진석 특파원

제네바에서 발행되는 프랑스어 일간지 ‘트리뷘 드 제네브’는 19일(현지 시각) ‘숫자로 보는 미·러 정상회담’이란 기사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중심으로 지난 16일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결산했다.

16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 연합뉴스

트리뷘 드 제네브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은 정상회담 전후로 제네바에서 숙박비로만 모두 110만스위스프랑(약 13억5500만원)을 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국·EU 정상회담을 마치고 이날 오후 늦게 제네바에 도착했으며, 미국 대표단은 경호상의 이유로 시내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이날 하루 통째로 빌렸다. 이 비용만 65만스위스프랑(약 8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용차 '캐딜락 원'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밤 인터컨티넨탈호텔 맨 윗층(18층)의 최고가 스위트룸 ‘라 레지당스’에서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스위트룸의 하룻밤 숙박비는 5만스위스프랑(약 62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제네바에서 숙박하지 않고 전용기로 회담 당일 모스크바-제네바 구간을 왕복했다.

제네바 호텔 업계는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방문한 사람들이 도합 6000박의 숙박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네바가 끼고 있는 레만 호수 주변의 대형 호텔들은 회담 전후로 만실(滿室)을 기록했다. 회담 때문에 제네바에 온 이들이 숙박비·식사비로 지불한 비용만 모두 500만스위스프랑(약 61억원)에 이른다고 트리뷘 드 제네브는 보도했다.

 

미·러 정상회담이 3년만에 열리자 세계 각지에서 약 3000명의 언론인들이 제네바로 몰려든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임시로 설치한 미디어센터에 등록한 기자만 44개국 1250명이라고 스위스 외교부는 집계했다. 트리뷘 드 제네브는 “이번 정상회담이 각국의 언론에 보도돼 제네바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며 “코로나 사태로 발이 묶였던 많은 사람들이 제네바에 가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 것도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16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기(왼쪽)와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전용기가 제네바국제공항에 나란히 계류하고 있는 모습/AP 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대통령 전용차인 ‘캐딜락 원’을 비롯해 대표단이 이동할 때 45대의 차량을 사용했다고 한다. 정상회담을 전후로 약 열흘간 미국과 러시아가 회담 준비로만 모두 58편의 비행기를 제네바국제공항에 발착시킨 것으로 집계됐다.

정상회담 전날인 15일 회담장 인근에 배치된 통신 관련 장비/손진석 특파원

이번 미·러 정상회담서 양국은 각자의 대통령을 위해 철통 같은 경호를 했고, 제네바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시내를 가혹할 정도로 통제했다. 스위스 군·경 4000명이 시내에 배치됐다. 회담 당일 시내 중심부의 차량 통행은 거의 허용되지 않았다. 레만 호수의 제네바 시내 구간은 회담 당일 오전 4시부터 자정까지 20시간 동안 선박의 이동이 금지됐다. 인터컨티넨탈호텔은 미국 대표단이 묵는 동안 일반인들이 근처에 접근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회담장이 있는 '라 그랑주 공원' 주변으로 철조망이 둘러졌다. 일반인의 공원 출입은 회담이 열리기 일주일 전부터 금지됐다./손진석 특파원

제네바의 대부분 기업들은 회담 당일 재택 근무를 하라고 내부적인 지시를 내렸다. 회담 장소였던 18세기 고택 ‘라 그랑주 빌라’가 있는 ‘라 그랑주 공원’은 회담이 열리기 일주일 전부터 2km에 이르는 공원 담벼락에 철조망이 설치됐고, 일반인들의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