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에 11t 잡다 139t으로…‘돌아온 오징어’ 어민들 신났다
등록 :2021-05-31 15:41수정 :2021-06-01 02:31
박수혁 기자 사진
“최근 들어 오징어가 이렇게 많이 난다는 소식은 처음”
강릉 주문진 시장에서 오징어를 판매하는 모습. 강릉시 제공
“최근 3~4년 동안은 오징어가 없어 1년 내내 놀다시피 했습니다. 요즘은 제법 씨알 굵은 오징어도 많이 나니 어민들도 모처럼 살맛이 납니다.”윤국진 강원도연안채낚기협회장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채낚기는 낚싯줄을 이용해 오징어를 잡는 어선을 말한다. 낚시로 오징어를 잡기 때문에 선도가 좋아 주로 횟감용 오징어로 비싸게 팔린다. 12월이 되면 겨울 한철 대게도 잡지만 오징어잡이가 주업이다.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어선들이 오징어가 내려오는 길목인 북한 수역에서 그물을 이용한 싹쓸이 조업에 나서면서 동해 오징어가 씨가 말랐다. 여기에 서·남해 근해자망 어선까지 동해에 진출한 탓에 채낚기 어민들은 사실상 조업을 포기한 상태였다. 채낚기 어민 정순광(60)씨는 “북한과 공동어로협약을 맺고 동해안 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불법개조한 선박으로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중국어선 탓에 동해안 어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어획량이 줄어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어 ‘금징어’로 불리기도 했다.
잡힌 오징어. 해양수산부 제공
하지만 최근 동해에 오징어 풍년이 들었다. 삼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성구(48)씨는 “지난해에는 오징어 씨가 말라 1마리에 1~2만원에 팔았다. 이마저도 찾는 사람은 많았지만 없어서 팔지 못했다. 올해는 예년에 견주면 ‘오징어 풍년’이다. 그날그날 어획량과 씨알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은 1만원만 3마리 정도를 살 수 있다. 본격적인 오징어 조업이 시작되는 6월에는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원도 환동해본부 조사 결과, 지난 5~11일 11톤에 불과하던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 12~18일 65톤으로 늘더니 19~25일에는 139톤까지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톤→12톤→23톤 수준이었다. 갑자기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올해 전체 누적 어획량은 1538톤으로 최근 3년 평균(1268톤)보다 270톤 많다.어획량이 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오징어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횟감용 살아있는 오징어는 위판장에서 1㎏에 최저 3만1000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2만5000원까지 내려갔다.오징어 금어기가 끝나는 6월부터는 본격적인 조업이 이뤄질 예정이라 어획 전망도 밝다. 오징어는 4월1일부터 5월31일까지가 금어기인데, 현재는 5월 조업이 허가된 채낚기와 정치망 어선만 예외적으로 조업하고 있다. 채낚기와 정치망 어선 등 비교적 큰 어선들이 6~7시간 떨어진 해상에서 1박2일 동안 조업하는 데다 6월부터는 연근해에서 조업하는 연안자망의 소형 어선도 ‘당일바리’(저녁에 출항해 다음날 새벽 입항)를 할 수 있어 오징어 조업이 성황을 이룰 전망이다. 강릉수협 관계자는 “이달 들어 오징어 어획량이 큰 폭으로 늘면서 오징어의 가격도 많이 내려가고 있다. 수온도 잘 맞아서 현재 추세를 봤을 때는 어획량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강원도 동해안은 예로부터 오징어 최대 산지다. 하지만 1970년도 4만3066t에 이르던 오징어 어획량은 2015년 7641톤, 2016년 6748톤, 2017년 4191톤, 2018년 4146톤, 2019년 4022톤 등 급격히 줄고 있다. 이 탓에 2017년에는 동해안 오징어 가공업체들이 오징어를 구하지 못해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휴업하는 등 큰 위기를 겪었다. 2018년 10월에 열린 주문진 오징어축제 때는 정작 오징어가 없어 ‘맨손잡기 프로그램’에 대신 방어와 광어 등을 사용하는 등 축제 이름을 바꾸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김병국 강원도환동해본부 수산정책과 주무관은 “최근 들어 오징어가 이렇게 많이 난다는 소식은 처음 들었다. 현재 연안 수온은 13.7~16.6도로 평년에 견줘 0.7~2.2도가 높다. 동해 연안의 수온이 오르면서 강원도 연안에 오징어가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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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area/gangwon/997361.html#csidxbb2078569dbed78906efa0664cd9a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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