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문빠들이 계속 나대 주면 땡큐다
대선 승부처서 참패하고도
쇄신 몸부림 볼 수 없는 여당
문재인 보스 지키려는
대깨문에게 인질 잡힌 때문
한국 정치 망쳐 놓더니
자기 파멸로 최후 맞나
입력 2021.05.06 00:00 | 수정 2021.05.06 00:00
호남을 고정 표밭으로 하는 민주당에는 대선 필승 공식이 있다. 호남에서 90% 득표, 수도권에서 5%p 이상 이기고, 부산·경남권의 열세를 4대6 정도로 막는 것이다. 그래야 영남 인구가 호남의 2.5배인 구조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1997년 김대중, 2002년 노무현은 이 공식에 따라 2%p 차 내외 신승을 거뒀다.
지난 4월 7일 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은 서울에서 20%p 가까운 득표율 차로 졌다. 1년 전 총선에선 서울 지역구 49곳 중 41곳을 휩쓸었는데, 이번엔 25구 전체에서 졌다. 부산에서도 30%p 차 더블 스코어로 밀렸다. 이 표심 구도를 깨뜨리지 못하면 1년도 안 남은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웬만한 정당이라면 대대적인 쇄신 바람이 불어야 정상이다. 당의 지도부와 노선을 갈아엎고, 완전히 새 당을 만드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이 지난 4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작년 4월 총선에서 참패한 야당은 그랬다. 탄핵 지도부를 걷어내고 5·18 묘역에서 무릎 꿇었으며 세월호에 대한 막말에 사과했다. 거리의 극단적 태극기 세력과도 선을 그었다. 후보 선출 방식도 일반 국민 여론조사로 바꿨다. 당원 대의원의 입김이 줄면서 중도 색깔이 짙은 후보가 선출됐다. 그것이 단일화와 본선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지금 여당에선 변화의 몸부림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보궐선거 열흘 만에 의원총회에서 당선된 원내대표의 첫마디는 “개혁의 속도 조절은 없다”였다. 정권 불법을 덮기 위한 검찰 목조르기, 집값 폭등을 부른 부동산 실책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새로 뽑힌 최고위원 진용도 친문(親文) 일색이다.
야권 대선 주자의 선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범여권 모든 주자와의 가상 대결에서 앞서가고 있다. 야권에는 안철수,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가나다순) 등도 뒤를 받치고 있다. 이들끼리 1차 단일화를 거친 뒤 윤석열과 최종 결선을 치르면 상당한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여권에선 비문(非文)인 이재명 경기지사 정도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후보들은 문 대통령의 낙점을 기다리다 함께 늪 속에 빠져들고 있다.
집권당 내부에 위기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거 직후 2030 세대 초선 다섯 명이 나섰다.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과 박원순, 오거돈 성추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친문 당원들의 ‘문자 폭탄’을 맞고 조기 진압됐다. 쇄신을 요구하던 다른 목소리들도 잦아들었다.
지금의 민주당 모습은 조폭 집단 그대로다. 문재인 보스에 대한 절대 충성을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튀는 소리를 내면 골목으로 끌려 나가 험한 꼴을 당한다. 군기반장 노릇을 하는 친문 강경파 규모는 얼마나 될까. 청와대 게시판에서 세 과시를 하는 인원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작년 말 ‘추미애 법무장관을 재신임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정상적 뇌 구조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42만명이 지지했다. 이른바 ‘대가리가 깨져도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대깨문들이다. 여러 아이디로 중복 서명이 가능한 만큼 많아야 전체 유권자의 1%를 밑돈다. 집권당은 이 한 줌 문빠들의 포로가 돼 버렸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으며 시들어 가고 있다.
요즘 여권 사람들은 ‘윤나땡’이라는 마술 주문을 외고 있다고 한다. ‘윤석열이 야권 대선 후보로 나서주면 땡큐’를 줄인 말이다. 윤 전 총장의 장모와 처에게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어서, 대선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 십자포화를 맞고 무너진다는 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올인했다가 쪽박을 찬 ‘생태탕’ 전략 2.0이다. 윤 전 총장 처가의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지 필자는 모른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건 윤 전 총장이 그 처가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권력을 이용했느냐는 점이다. 만약 그런 증거가 있었다면 김어준 연출, 추미애 주연 ‘윤석열 죽이기’ 드라마에서 재탕, 삼탕 우려먹었을 것이다.
야당 사람들은 지금 ‘문나땡’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야당 입장에서 문빠들이 지금처럼 계속 나대주면 땡큐다. 대선을 거저 주워 먹을 수 있다. 대깨문들은 집권당을 살려 보려는 자성 목소리마저 바이러스 취급하며 일망타진한다. 문재인 보스를 지키려는 빗나간 충성심의 결과다. 이들의 과잉 면역반응이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숙주인 집권당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지난 4년 동안 한국 정치를 황폐화시켰던 대깨문들이 자기 파멸 과정을 거치며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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