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소장 모네 그림, 국립미술관 10년 예산 모아도 못 산다
입력 2021.04.30 13:53 | 수정 2021.04.30 13:53
삼성가(家)는 이건희 전 회장이 소장해 온 국보와 보물, 세계적 화가의 그림 2만여점을 나라에 기증했다. 그런데 이 전 회장이 기증한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 한 점의 감정가가 국립현대미술관의 1년치 미술품 구입 예산의 10배인 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의 10년치 구입 예산을 쏟아부어도 이 전 회장의 그림 한 점을 사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공개한 사회공헌 계획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사진은 기증 작품의 일부. 윗줄 왼쪽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가운뎃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내 작품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아랫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외 작품인 호안 미로의 '구성',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연합뉴스
미술계에 따르면 이번에 이 전 회장이 기증한 모네의 작품'수련이 있는 연못'은 지금까지 한번도 미술 시장에 나온 적이 없는 그림이다. 따라서 정확한 감정가를 알기가 어렵다. 전문가들도 모네의 ‘수련’ 그림 자체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다만 모네의 유사한 작품은 과거 미국 소더비 경매에서 446억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모네의 ‘수련’ 그림의 현 시가는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우리 국립현대미술관의 1년 미술품 구입 예산은 48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모네 그림 한 점이 미술품 구입 예산의 10년치에 달하는 것이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에는 우리나라 국보법 미술품도 다수 포함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다. 인왕제색도는 이 전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가 컬렉션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산 작품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 작품은 감정가가 얼마일까. 우리나라 3개 감정 기관의 평균가는 5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왕제색도가 국보인만큼 실제 거래가 되기는 어렵다. 평가 행위 자체가 불경으로 여겨지는 이른바 가격 추산 불가능 물품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에는 고갱 모네 피카소 르누아르 샤갈 달리 미로 등 외국 거장 8명의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피카소의 작품은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에 한 점도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소장하게 됐다. 다만 그림은 아니고 항아리 작품이다.
이 전 회장이 미술품 수집에 나선 것은 미술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 이병철 전 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돈이 많다고 미술품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전 회장은 주변에 뛰어난 컬렉터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를 두고 좋은 작품을 수소문해서 수집했다”고 전했다. 이 전 회장은 유명 작가뿐 아니라 신진 작가들의 작품도 후한 가격에 사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컬렉션의 내용과 규모가 일반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이 전 회장의 별세 후 유족들은 상속을 위해 소장품의 정확한 가격을 파악하려 했다. 그래서 국내 감정기관 3곳에 소장품에 대한 감정을 맡겼다. 3곳의 감정가 평균으로 상속 규모를 확정지으려 한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건희 컬렉션의 비밀이 공개됐다. 당초 삼성은 이건희 컬렉션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미술품 전체를 삼성문화재단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문화재단은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 면제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이란 이름이 붙어있기 때문에 “삼성이 컬렉션을 자기네 집으로 가져간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지방미술관 등으로 나눠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6월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6월에 고 이건희 회장 소장 특별전이 열리고, 8월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9월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근현대 미술품 전시회가 열린다. 10월에는 소장 명품전이 예정돼 있고, 지방 박물관에서 순회 전시회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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