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달라지지 않고 달라질 수도 없다
主權在民의 원리 회복할 非常한 길 찾아야
입력 2021.04.17 03:20 | 수정 2021.04.17 03:20
승리 이후의 관리가 패배를 극복하는 것만큼 어렵다. 승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얼마 안 가 승자와 패자의 처지가 뒤바뀌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승자의 혼미(昏迷)’ ‘승자의 저주’란 말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자신의 역량(力量)만으로 거둔 승리가 아니라 상대의 실패에 너무 기댔거나 남의 도움을 빌려와 얻은 승리일 때 승리 이후의 관리가 더 어렵다.
<YONHAP PHOTO-2048> 소중한 한 표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4·7 재·보궐 선거일인 7일 오전 울산시 남구 신정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2021.4.7 yongtae@yna.co.kr/2021-04-07 09:47:00/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전쟁과 선거가 끝나면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이긴 원인과 진 원인을 내부에서 찾기 시작한다. 승자와 패자의 처지가 역전(逆轉)되는 씨앗은 원인 규명 단계에서 싹튼다. 패배 원인 규명은 정직하게 눈을 뜨면 보이고 귀를 열면 들리는 게 보통이다. 패자가 패인(敗因)을 내부에서 정확하게 찾아 도려내면 내일의 약(藥)이 된다. 생존을 위협받는 절박감이 정확한 원인 규명과 결합하면 패배 극복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자력(自力)보다 타력(他力)의 응원을 받은 승자가 승리의 원인과 반성의 소재를 집어내기는 쉽지 않다. 모든 승리에는 적든 많든 자기만족의 독(毒)이 묻어 있다. 이 독을 삼킬수록 더 큰 승리에서 멀어진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여·야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서울이 18.3%포인트, 부산이 28.3%포인트다. 여당의 패인은 집권자의 무능과 집권 세력의 부패와 위선이다. 여당의 패인은 국민이 알고 외국 언론이 알고 심지어 중앙선관위도 알고 있다. 선관위가 ‘내로남불’과 ‘위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투표 독려 현수막이 특정 정당을 가리킨다는 이유로 금지한 불공정한 결정이 사태를 설명한다. 80%에 가까운 유권자가 여당을 외면한 이유로 집권 세력의 실정(失政)을 들고 있다. 여당이 이렇게 명백하게 참패했는데도 야당은 승리의 원인으로 당당하게 내세울 게 없는 것이 이번 선거의 역설(逆說)이다. 야당이 잘해서 혹은 야당 후보가 좋아서 야당에 표를 줬다는 유권자는 7%에 지나지 않는다.
이 선거의 역설은 국민이 만든 덫이다. 선거 이후 여당과 야당 모두 이 덫을 물고 바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다수표로 친문(親文) 돌격대를 뽑았다. 그는 국회에서 입법 독재의 하수인(下手人) 이었다. 4·7 선거에서 표시된 민의(民意)를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선언이다.
선거 결과는 야당에 야당답게 행동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 힘도 실어줬다. 당을 일신(一新) 해 내년 대선의 주전장(主戰場)이 될 수도권과 젊은 세대와 중도(中道) 유권자에게 다가갈 발판을 만들라는 구체적 지시 사항도 손에 쥐어줬다. 그런 기대를 등에 지고 타석(打席)에 들어선 국민의힘은 당대표 자리싸움으로 또 헛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야당의 실기(失機)는 나라와 국민을 절벽으로 밀치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 대표들까지 불러 모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가 절치부심하며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 회복과 바이오·시스템반도체·친환경차를 비롯한 신산업 육성에 노력을 기울였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국민들이 귀를 의심할 소리다. 초고화질 TV 시대에 흑백(黑白) TV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회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관련 문제를 공개 지시한 지 두 달, 해외 언론이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한 미국의 변화된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 지 세 달 후에 열린 회의다. ‘우리가 이런 나라에서 사나’ 하는 한숨이 나오게 만든 백신 확보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말이다.
50대를 알차게 보내는 방법은 40대까지 열심히 사는 것이다. 임기 4년을 허송(虛送)한 대통령이 5년 차에 달라질 리가 없다. 달라질 수도 없다. 세상사를 친미-반미·친일-반일·친중-반중·친북-반북이라는 이분법(二分法)으로만 가르고 살아온 흑백 TV 대통령의 한계가 이것이다. 대통령은 바뀌지 않는다. 바꿀 줄도 모른다. 대통령과 국민은 잘못 만난 인연(因緣)이다.
대통령은 전임(前任) 대통령들을 따라 정해진 길을 갈 것이다. 그것이 나라의 운명이고 대통령 개인의 숙명이라면 피할 도리가 없다. 국민도 출구(EXIT) 표지가 없는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선거일이 국민이 잃었던 권리를 되찾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리를 회복하는 날이란 말도 대한민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비상(非常)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이 승리하는 날을 만들어야 한다.
강천석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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