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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吳, 정부와 부동산 맞짱? 공시가-재건축 새판짜기 돌입

황재성기자 입력 2021-04-12 11:50수정 2021-04-12 14:46

 

사진 뉴시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부동산 새 판 짜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12일부터 시작된 서울시 국실별 업무보고에서 주택정책과 재개발·재건축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주택건축본부를 1순위로 선정한 것이다. 당초 13일로 예정된 것을 하루 앞당기면서 오 시장의 최우선 관심사를 다시 한 번 대내외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공시가격 재조사 시행 △재건축 인허가 절차 간소화 △광화문과장 재구조화에 대한 재검토 등과 관련한 집중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이 후보시절 부동산 관련 핵심공약으로 추진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 탄력 받는 공시가격 재조사

 


이 가운데 오 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공시가격 재조사는 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가운데 여당과 정부에서도 일정 수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탄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은 10일 서울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높아진 공시가를 서울시가 조정할 권한은 없지만, 중앙정부와 협의하기 따라서는 더 이상 급격한 속도로 올리지 않도록 협의가 가능하다고 믿고 싶다”며 서울시 차원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튿날인 11일 국민의힘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 시장과 함께 부동산정책협의회를 갖고 “서울시 자체 공시가 재조사를 통해 조정의 기준점을 모색 하겠다”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회를 압박했다. 여기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권영진 대구시장 등 야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세하면서 전선을 넓히는 모양새마저 갖췄다.

공시가에 대한 불만은 야당 지자체들만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 공시가 급상승으로 지역 민원이 들끓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이끄는 세종특별자치시도 “70% 이상 폭등한 아파트 공시가격을 낮춰 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게다가 여당과 정부 내에서도 공시가 속도조절론과 이에 따른 세 부담 경감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4·7 보궐선거’ 참패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한 이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여당의 입장에서는 종부세 부담자가 급증하는 등 공시가의 급속한 현실화에 따른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등에 미칠 악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주택 종부세 납부자는 2016년 6만 9000명에서 2020년 29만 1000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1년 한 해 동안 10만 명이나 증가했다.

종부세 납부자 중 1주택자의 비율 또한 급증했다. 1주택자 비율은 2016년 25.1%에서 2020년 43.6%까지 늘어났다. 더욱이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종부세 납부 대상자에서 1주택자가 다주택자를 추월할 것이 확실시된다.

● 속도 낮추는 재건축 규제 완화



사진 뉴시스



반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및 뉴타운 정상화’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들어 재건축 단지 등 노후 아파트값이 신축 아파트값보다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1.27% 올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이 0.70% 오른 것과 비교하면 1.8배 높은 수준이다. 서울 5개 권역별로 보면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이 1.60%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는 올해 2월 19일부터 ‘전월세 금지법’을 피하고자 재건축을 서두르는 단지들이 늘어난 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내세우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월세 금지법은 수도권에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는 2년에서 최대 5년 동안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주택법 시행령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대로 “일주일 내 재건축 규제 완화”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오 시장은 이를 의식한 듯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인 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너무 서두르다가 또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하다가 주변 집값을 자극해 오히려 시민 여러분께 누를 끼칠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 11일 국민의힘과 부동산정책협의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무슨 정책이든 부작용과 역기능이 있게 마련이고, (그것을) 최소화하는 게 노하우 아닌가”라며 “그런 관점에서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업무를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면적인 재건축 인허가 추진보다는 공급효과가 큰 대단지 등을 우선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순차적인 재건축 허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