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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이젠 그들 찾는 사람 드물다, 제3후보 거론 '86' 3인은 지금

[중앙일보] 입력 2021.03.30 05:00

 

기자

김효성 기자

임장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제3후보’를 꿈꾸던 86그룹 3인방(이광재 의원,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머리 위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전격 경질 등 4ㆍ7 재보궐 선거 국면에서 발생한 악재에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내 '86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광재 의원,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이인영 통일부 장관(왼쪽부터). 뉴스1

지난달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엔 이재명 경기지사 대 이낙연 전 대표의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낼 유력 제3후보로 이들을 거론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5일 당내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대세론’에 대해 “(대선까지) 1년 넘게 남았는데 무슨 큰 흐름이라고까지 하느냐”면서 “소위 586세대들이 아마 이번 지방선거 끝나면 꽤 여럿이 아마 대선 레이스로 등장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공개적으로 ‘86 제3후보론’을 거론했던 대표적 인사다.  
 
그러나 이제 당 안팎에선 “승패와 무관하게 86그룹은 재보선 국면에서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호남권 민주당 의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업친 데 덮친 전대협 2인방

 
3인방 중 재보선 국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1980년대 전국대학생협의회 의장 출신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핵심 인사는 “두 사람 못지 않게 86 운동권 대표성을 지닌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86세대 결집을 주장했다가 크게 패하면서 두 사람도 유탄을 맞았다”며 “진영 내부에서 80년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부정 평가가 이뤄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월 서울시장 후보 경선 국면에서 우 의원을 공개 지지했고 우 의원은 임 전 실장과의 식사 장면을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86 운동권 결집을 강조했다. 이 장관을 2019년 원내대표로 밀었던 86그룹 의원 다수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우 의원을 도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에 나선 우상호 의원이 지난 1월 22일 자신의 SNS에 전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저녁 식사를 한 사진을 올렸다. 우 의원은 임 전 실장이 자신을 공개 지지한 것에 대해서는 "86세대에 더해 민주진보 진영 선후배들이 처음으로 하나가 돼 저를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 페이스북 캡처

 
갈수록 경색되는 남북관계도 두 사람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4ㆍ27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임 전 실장을 외교안보특보에 이인영 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임명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성과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북한은 재보선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인 25일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 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지난달 27일)에서 “대북제제로 북한 주민 삶이 어려워졌다면 어떻게 개선할 건가”라며 작심 발언을 했지만 “책임은 북한에 있다”(나빌라 마스랄리 EU 외교ㆍ안보정책 담당 대변인)는 등 국제적 반발을 샀다. 지난 17일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는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 이 장관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 이 장관은 가까운 의원들과 만나 “대선보단 대북교류 물꼬를 트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석했던 한 의원은 “신념과도 같은 통일 문제를 뒷전에 두면서까지 대선에 뛰어들진 않겠다는 말로 들렸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한 임 전 실장은 최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이끌며 전국 40여 개 기초자치단체와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계 복귀의 계기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게 당내 평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23일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박원순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로 시작되는 글로 박원순 재평가론에 불을 붙였지만 박영선 후보가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방해하는 발언은 삼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반응하자 이틀만에 중단했다.    
 
임 전 실장 측 인사는 “전임 시장에 대한 평가가 없이 어떻게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며 “두 차례 시장을 지낸 오세훈 후보와의 차별점을 드러내려 한 정무적 판단이었지만 박 후보의 입장을 존중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임 전 실장에게 선거 지원을 요청할 것”(박영선 캠프 핵심 관계자)이라는 말은 쑥 들어갔다.  
 

부산서 발판 못 찾는 이광재

 
3인방 중 재보선에 올인중인 사람은 이광재 의원 하나다. 그는 “정책이 표가 된다는 걸 보이겠다”며 김영춘 후보 선대위 미래비전추진위원장을 맡아 부산에 상주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싱가포르 모델’‘랜드마크 신 야구장 건설’‘경부선 KTX 도심 구간 지하화’ 등 많은 공약에 관여했지만 거센 정부 심판론을 뒤집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오른쪽 두 번째)가 23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금융 활성화와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주제로 한 10호 공약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금융부분 특별고문, 오른쪽), 안민석 의원(부산발전의원협력단장, 왼쪽), 이광재 의원(김 후보 선대본 미래비전위원장, 왼쪽 두 번째). 연합뉴스

 
이 의원은 재보선 승패와 관계 없이 대선 경선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최근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만수 전 부천시장, 오재록 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 전상헌 경북 경산지역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대선 캠프 준비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전대협 출신이 아니어서 운동권 이미지가 비교적 약한 데다 문재인 정부 초기 정치활동을 할 수 없던 처지여서 책임론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지만 긴 정치 공백으로 인한 낮은 인지도가 약점으로 평가된다.  
 
“원조 친노면서도 이념과 계파에 매몰되지 않아 확장성이 크다”(친문 재선 의원)는 말도 있지만 “‘정말 민주당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성장 위주의 어젠더에 의존한다. 너무 많은 비전을 쏟아내 뭐가 비전인지 알 수 없다”(호남 의원)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임장혁·김효성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이젠 그들 찾는 사람 드물다, 제3후보 거론 '86' 3인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