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1.03.25 17:43 수정2021.03.25 17:43 지면A19
먹으멍…육지선 못보는 맛
연간 17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는 다양한 음식의 천국이기도 하다. 보말칼국수부터 돔베고기(도마 위에 얹은 고기), 모자반으로 끓여낸 몸국, 메밀가루를 반죽해 돼지비계로 지진 전에 무채를 넣고 말아 만든 빙떡까지…. 이미 관광객에게 알려진 음식도 있지만 꿩메밀칼국수나 접짝뼈국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음식도 있다. 제주 사람이 즐기는 맛조디(‘맛좋은’의 제주 방언)한 숨은 먹을거리를 찾아보자.
잔칫날만 먹을 수 있었던 접짝뼈국
접짝뼈국
최근 1~2년 새 관광객에게 새롭게 떠오르는 제주 전통음식은 육개장이다. 육개장과 함께 제주 돼지가 주재료인 탕국이 또 하나 있는데 접짝뼈국이라고 한다. 접짝뼈는 목살 아래쪽, 돼지 앞다리 사이의 뼈인데 살이 많이 붙지 않은 부위다. 한 마리를 잡으면 손바닥 2개 정도의 양밖에 나오지 않는다. 잔치를 치르기 위해 돼지를 장만하면 이 접짝뼈로 국을 끓여 신부상에만 푸짐하게 올렸다. 족두리를 쓰고 상을 받을 신부를 위해 한입에 먹기 편하게 뼈를 잘게 잘라 넣고 두부와 무를 썰어 넣어 끓인다. 돼지 육수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한 번 맛을 들이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담백하지만 건강한 맛 꿩메밀칼국수
꿩메밀칼국수
예전부터 한라산에는 꿩이 많았다. 꿩은 한겨울 산에 눈이 쌓이면 해안가 마을까지 내려와 먹이를 구했다. 동네 꼬마도 꿩을 쉽게 잡아 겨울 보양식으로 먹을 수 있었다.
제주 사람은 늦가을에 수확한 메밀가루로 익반죽을 해 대충 손으로 눌러 펴서 투각투각 썰어 도톰한 면을 만들고 꿩 한 마리를 푹 삶은 국물에 칼국수를 끓여냈다. 함께 썰어 넣은 달큰한 겨울 무가 시원함을 더한다.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는 현대인에게는 심심하다고 느껴질 만큼 담백하지만, 그래서 더 건강한 느낌을 준다.
양용식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yyjej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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