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입력 2021-03-11 00:00수정 2021-03-11 09:43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5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 결과를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했다. 글로벌컨설팅 기업 AT커니의 자료에선 세계 150개 도시 중 2015년 11위였던 순위가 지난해에는 17위로 6계단이나 하락했고, 일본 모리기념재단의 자료에서는 같은 기간 6위에서 8위로 두 계단이나 떨어졌다. 도시환경과 문화는 나아졌지만 법인세율과 인재, 임금, 행정역량 등 기업 환경과 관련된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에 기인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서울의 미래 경쟁력이 암울하다는 것이다. 미래 잠재력을 뜻하는 도시 전망 순위에서 서울은 지난해 42위로 5년간 무려 30계단이나 떨어졌고, 글로벌 경영자와 고급 인재들이 본 서울의 매력은 같은 기간 20계단 이상 낮아졌다.
현대는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다. 미국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은 아시아에 본부를 두려고 할 때 한국과 중국 일본이 아니라 서울이나 베이징, 홍콩, 상하이, 도쿄 등을 놓고 선택한다. 지난해 중국의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의 금융 허브 기능이 옮겨질 대체지가 거론될 때도 도쿄나 싱가포르 같은 도시가 언급됐다.
도시가 매력을 잃으면 기업 유치가 힘들고, 그러면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경쟁력 선두권에 있는 도시들이 더 나은 환경을 갖추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뉴욕시는 맨해튼 서편 허드슨 야드에 2025년까지 28조 원을 들여,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발 앞서 싱가포르는 바다와 요트, 현대적 건물들로 장관을 연출하는 마리나베이로 도시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하지만 서울시의 용산과 여의도 개발 계획 등은 주택 공급과 집값 안정 이슈에 발목이 잡혀 있다.
4·7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은 서울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0여 년간 나라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던 서울의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기업과 인재가 몰려올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지금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서울이 아시아의 변방도시로 전락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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