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21.03.09 03:26 | 수정 2021.03.09 03:26
여성 단체 회원들이 8일 여성의 날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한 것을 기념한다. 양성 평등 사회의 실현을 다짐하는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의 리더십이란 면에서 한국은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우리가 자랑스럽게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고 했다. 덕담이기는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이 문 대통령이라는 것은 거부감이 들게 한다.
4월 7일 서울과 부산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모두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추행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의 첫째, 둘째 도시의 시장이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뒤 목숨을 끊거나 사퇴해 동시에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세계에 이런 나라가 또 있겠나. 여성의 날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기가 막힌 일이다.
더 기막힌 일은 세계에 부끄러운 이 선거를 만든 민주당이 반성은커녕 그 선거를 이겨 보겠다고, 그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온갖 짓을 다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일이 생기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민주당 당헌을 만든 사람이다. 그래 놓고 말을 180도 뒤집어 당헌을 폐기하고 후보를 냈다. 보통 사람은 이런 경우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법까지 어겨가며 선거 운동까지 앞장서 하고 있다. 이 수치스러운 선거에 국민 세금 800억원이 들어간다. 박원순, 오거돈의 성범죄가 없었으면 시민들을 위해 쓰일 돈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사재를 털어서라도 이 돈을 갚아야 하지 않나.
성추행 선거를 이기겠다며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 부적합 판정을 내린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겠다며 특별법까지 만들어 통과시켰다. 최대 28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려 한다. 부산 표심을 들쑤시기 위해서다. 아직 4차 재난지원금도 지급되지 않았는데 “국민 사기 진작용”이라며 5차 지원금 전 국민 지급 얘기도 일부러 꺼냈다.
열린민주당의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는 7일 “박원순 전 시장의 족적은 눈부시다.”고 했다. 박원순에게 성추행당한 여성을 또 한번 욕보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민주당은 국가인권위가 “박원순의 성적 언동은 성희롱”이라는 결론을 내릴 때까지 6개월간 성추행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 박원순을 ‘맑은 분’이라고 칭송하고 ‘임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서울 전역에 걸었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는 해괴한 명칭으로 불렀다. 그렇게 부른 가해자들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 대변인 등 간부들이다.
여성 인권 문제는 무조건 ‘피해자 중심주의’라더니 자기편이 가해자가 되자 ‘가해자 중심주의’로 돌변했다. 이런 일에 여성운동을 하다가 배지를 단 여당 의원들이 앞장섰다. 경찰, 검찰은 가해 측 전원에게 면죄부를 줬다. 문재인의 수족이라는 서울지검장은 박원순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몰래 알린 혐의를 받는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여성 표 얻는 데 재주가 있는 문 대통령은 박원순 성범죄에 대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안타깝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런 사람이 여성의 날에 “한국은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남을 탓한다.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르는 부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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