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에만 수천억 원 규모의 금융권 대출을 받는다.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다. 나머지 재원은 주식 배당 등을 통해 마련한 현금과 미술품 등 자산 매각으로 충당한다.
부족한 자금을 대출로 조달하면서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 매각 가능성이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회사와 주주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고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한 상속세 재원은 '대출'로 결정…계열사 지분 매각 가능성↓8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대리인 등을 통해 최근 복수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절차를 밟고 있다. 개별 금융기관에 신청한 대출 규모는 수천억 원에 달한다.
대출은 개인 신용대출 형태다.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이 있는 주식담보대출과 달라 공시대상은 아니다. 대출로 돈을 마련하되 가능한 회사 등에 부담을 주지 않고 본인이 책임지는 형태다.
재계 핵심 관계자는 "관심이 집중됐던 상속세 납부 방법이 윤곽을 드러낸 셈"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일가의 상속세 자진 신고·납부 기한은 4월 말까지다. 고 이건희 회장의 상속인들이 내야 할 주식 상속세는 11조366억원이다. 올해 약 2조원을 내고 나머지 금액은 5년간 나눠서 납부(연부연납)한다.
납부 할 때마다 부족한 금액은 대출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안정적인 고액 배당 소득 등이 보장되는 이 부회장은 개인 명의로 수조 원 이상의 신용한도를 확보할 수 있다. 대출 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물론 상당한 이자 부담은 있다. 현재 정부가 대출증가세를 억제하려는 기조 속에 신용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는 탓이다.
대신 계열사 주식 매각 필요성은 줄어든다. 일각에서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배구조와 직접 연관이 없는 지분을 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개인 신용대출로 조달하겠다는 의미는 지분 매각이 불러올 수 있는 주가 불확실성 등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불안요소를 가능한 주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했다.
"매년 1.3조원 수준 배당에 대출 더해 납부할 듯"대출 외에 주요 상속세 재원은 배당이다. 지난 1월 삼성전자는 특별배당을 포함한 주당 1932원의 배당금과 향후 3년간 배당 규모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4월에 지급될 이 부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배당금은 1조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다른 계열사 배당이 더해진다. 삼성 총수 일가가 2020년 결산 배당으로 받게 될 돈은 고 이건희 회장이 약 8000억원, 이 부회장 2000억원, 홍라희 여사 1000억 등 총 1조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향후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가 될 회사의 배당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인사는 "연간 2조원 안팎, 총 11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할 만한 현금 재원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배당금과 대출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며 "연간 1조3000억원 수준의 오너 일가 배당금과 대출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작가 미술품 매각도 추진할듯…"기부하라? 현금 없어 주식 팔지도 모르는데" 지적도또 다른 재원 마련 수단은 미술품 등 삼성 일가가 소유한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법이다. 미술계에 따르면 삼성가의 소장 작품은 1만2000~1만3000점 정도로 감정가만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컬렉션을 매각하더라도 국보급 문화재들은 당연히 팔 수 없고 해외 유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한국 근현대 작품들도 제외될 전망이다. 하지만 서양작가들의 미술품들은 매각 대상이다. 피카소, 고갱, 모네, 샤갈 등 세계 최고 거장의 작품들은 해외 경매시장에서 감정가가 무의미할 정도의 초고가에 거래될 수 있다.
미술계 등을 중심으로 '기증설'도 나오지만 국가에 헌납했다가 훗날 예기치 못한 오해와 시비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책임경영을 해야 할 기업인으로서 미술품은 팔지 못하는데 보유 주식은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금이 없어 빚을 내고 여차하면 지분까지 매각해야할지도 모르는데 ‘기부하라’는 일부 여론의 압박 때문에 미술품을 팔지 못한다면 황당한 경우”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은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에는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속세 문제는 이 부회장과 총수 일가의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확인하기 어렵다"며 "여러가지 방안을 법적으로 검토해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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