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1.03.04 17:13 수정2021.03.05 00:40 지면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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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참았다"…고개 드는 보복소비
백화점·편의점 2,3월 매출↑
강남 레스토랑 3월 예약 꽉 차
< 평일에도 붐비는 더현대서울 > 여의도 대형 백화점 더현대서울의 푸드코트가 4일 점심식사를 하려는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업계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엿새 동안 15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달 말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개장과 함께 기록을 썼다. 첫 번째 맞은 일요일(2월 28일)에 하루 매출 102억원을 찍은 것.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이후 단일 매장 하루 최고 기록이다. 매출로 업계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조차 크리스마스 성수기 때나 간혹 내던 실적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1년 동안 생각도 못 해본 숫자”라며 “소비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3·1절 연휴 사흘간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과 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는 3월 예약이 벌써 ‘풀 부킹’이라는 곳이 줄을 잇고 있고, 개학 시즌이 맞물리며 대학·학원가에 있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60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패션업계도 마찬가지다. 40여 개 패션 자체 브랜드(PB)를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지난달 22~28일 매출이 전년 대비 72%, 전주 대비로는 29% 증가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2015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 대비 1.1% 올랐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직전인 지난해 2월(1.1%)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농산물 작황 부진과 명절 수요 요인 외에도 소비심리 회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는 집단적 확신이 들면 ‘보복소비’ 형태로 소비가 폭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봄 + 백신효과'에…더현대서울 백화점 하루 매출 100억,
신세계아울렛 명품매장 2시간 긴 줄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이 다시 북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1년여 만이다. 지난달 말 강남대로 유동인구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 늘었다. 홍대역 인근도 30% 증가했다. ‘코로나’라는 대형 악재에도 ‘맛’ 하나로 버텼던 음식점들은 연일 만석이고, 주말 백화점과 아울렛, 대형마트, 편의점은 몰려드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일각에서는 “소비 심리만 놓고 보면 이미 코로나를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이전보다 늘어난 백화점 매출
한국경제신문이 4일 오프라인 유동인구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로플랫과 공동으로 강남과 홍대 상권(한국부동산원의 상권 구획에 기초)의 지난 1년간(2020년 2월 29일~올 2월 27일) 방문객 흐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 상권의 지난달 27일 방문객 수는 1년 전 대비 3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이 있는 강남 상권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급증한 지난해 12월 말 유동인구가 최저점을 찍었다가 지난달 말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홍대 상권의 2월 말 유동인구는 1년 전보다 29.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화점업계는 3·1절 연휴 매출의 폭증세를 통해 ‘보복 소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매출이 더 늘어서다. 현대백화점의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26.1% 증가했다. 지난달 26일 개점한 더현대서울을 포함하면 48.3% 늘었다.
대형마트·편의점도 소비 ‘훈풍’
현대백화점 측은 예상 밖 더현대서울 성적표에 당황하는 기색까지 보일 정도다. 지난달 24일 사전 개장 이후 이달 1일까지 더현대서울의 방문객은 150만 명에 육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의 이 기간 매출은 당초 목표(137억원 정도)보다 훨씬 많은 372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신세계와 롯데백화점의 지난 연휴 기간 매출 역시 2년 전보다 각각 24.9%, 26.1% 늘어났다. 국내 백화점업계 1위인 롯데는 작년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조6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감소했다.
아울렛과 대형마트, 편의점에도 소비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연휴 동안 경기 여주 신세계아울렛 구찌 매장 앞엔 ‘대기시간 2시간’ 고지에도 수백m 긴 줄이 이어졌다. 이마트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일까지 2주간 채소, 육류, 수산물, 가공식품 매출이 8~20% 증가했다. 특히 대형가전 매출은 41.5% 늘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코로나 타격이 가장 심했던 학원·대학 상권 내 편의점의 2일 하루 매출을 분석한 결과, 문구류와 주먹밥 매출이 각각 616.5%, 219.9% 증가했다.
지난 연휴의 성적표만으로 소비 회복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절이 바뀌고 학기가 시작되는 2월 말, 3월 초는 소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라며 “3월 중하순까지 최근의 소비 흐름이 이어질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늘어난 가처분 소득 “보복소비 가능성”
하지만 과거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연간 50조원에 달하는 해외여행 지출이 사실상 지연되면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상황이어서 코로나만 좀 잦아들면 보복 소비 형태로 소비가 폭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516만1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위기 때마다 직격탄을 맞았던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졌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교촌만 해도 작년에 새로 문을 연 점포가 116개에 달했다. 폐업 매장은 1개에 불과했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 교수(창업학 박사)는 “나홀로 창업자들은 코로나 방역으로 직격탄을 맞은 데 비해 대형 프랜차이즈 우산 아래 있는 매장들은 배달, 공유 주방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오히려 매출이 늘어난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동휘/김보라/민지혜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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