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1-03-04 16:12수정 :2021-03-04 16:43
[애니멀피플]
북극 툰드라서 동남아 열대 섬까지…장기 기억 돕는 ‘이동 유전자’도 확인
위성추적 장치를 부착한 러시아 북극해로 흘러드는 콜리마 강 번식지의 매. 이 집단의 매는 해마다 가을이면 한반도를 거쳐 동남아 월동지로 장거리 이동한다. 앤드루 딕슨 제공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른 시속 320㎞ 속도로 먹이에 돌진하는 매가 해마다 북극 툰드라에서 동남아 열대까지 1만㎞가 넘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처럼 장거리 이동하는 매는 ‘이동 유전자’가 있어 장기간 기억을 돕는 사실이 드러났다.잔샹쟝 중국 과학아카데미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번식지인 북극 툰드라 지역에서 번식한 뒤 유라시아 전역에서 월동하는 매 56마리에 위성추적 장치를 달아 5개 이동 경로를 조사하는 한편 35마리의 유전체(게놈)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4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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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마이클 브러포드 영국 카디프대 교수는 “매의 이동과 유전체 데이터를 결합해 연구한 결과 기후변화가 매가 이동을 시작해 유지해 오는 데 큰 구실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유전체 분석으로 드러난 매 이동 경로의 변천. 파랑은 번식지 초록은 월동지를 가리킨다. 맨 위는 2만년 전 빙하기가 절정이었을 때, 가운데는 홍적세 중반(6000년 전), 아래는 현재. 노란빛 이동 경로는 북극해로 흐르는 콜리마 강에서 한반도와 중국 동부를 거쳐 동남아로 향한다. 구 종루 외 (2021) 네이처 제공
위성추적 결과를 보면 툰드라의 여름 동안 번식을 마친 매들은 9월부터 겨울을 나기 위해 긴 여행에 들어갔다. 서유럽에서 이동 거리는 2280㎞로 가장 짧았고 동아시아에서 1만1002㎞로 가장 길었다.북동 러시아의 끄트머리인 콜리마 강 유역에서 번식한 동아시아 매는 한반도와 중국 동부를 거쳐 인도차이나에서 월동했고 일부는 인도네시아 자바까지 이동했다. 이들은 홀로 여행했으며 이동 기간은 평균 27일이었다. 동아시아 매의 이동 거리는 세계 최장거리 철새인 큰뒷부리도요에 버금간다(▶태평양 1만2천 킬로 논스톱 비행 기록 도요새).
자작나무와 떨기나무로 덮인 콜리마 강 유역의 풍경. 아나톨리 로스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매는 해마다 유라시아 전역을 5개의 비슷한 경로를 통해 이동했다. 월동지는 해마다 같았고 번식지도 5㎞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이동 경로는 언제 형성된 것일까.연구자들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런 이동 경로가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이던 2만2000년 전과 홀로세 중반인 6000년 전 사이에 형성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의 개체수도 장기적으로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았다. 번식지인 툰드라 지역이 넓어지는 빙하기 때 매의 개체수도 많았고 간빙기로 접어들면 수가 줄었다.기후변화는 이주 방향도 바꿨다. 빙하기 때 유럽에는 월동지가 거의 없어 매는 동남아 쪽에서 겨울을 났다. 홍적세 중반인 6000년 전 다시 유럽 월동지가 늘자 이주 방향도 현재와 같이 바뀌었다.
칼리마 강 번식지의 매. 앤드루 딕슨 제공
그렇다면 인위적 기후변화는 매의 이주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연구자들이 모의 분석한 결과 2070년이면 서유럽의 매는 계절별 이동을 중지하고 동아시아의 매는 지금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간빙기에 매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인데 기후변화로 이동 거리가 길어지면 그만큼 사망률이 높아져 개체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연구에서는 또 새의 장거리 이동을 돕는 ‘이주 유전자’가 확인되기도 했다. ADCY8란 유전자는 동물의 장기간 기억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연구자들이 매의 유전체를 분석했더니 동아시아의 콜리마 집단 등 먼 거리를 이동하는 매일수록 이 유전자의 특정한 변이가 자주 나타나며 이런 변이가 장거리 이동에 필수적인 장기 기억에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주 저자인 잔샹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철새의 생태적 진화적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냈다”며 “그런 이해가 세계의 이주 동물 보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우리나라의 매는 어청도, 굴업도 등 외딴섬이나 바닷가 절벽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 텃새와 겨울 철새가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코앞에 달려든 매의 눈…10초가 길었다).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1-03265-0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985429.html?_fr=mt2#csidx13f6dad18787d82b65ceaa390e6e4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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