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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北 '탈북 류현우' 장인 이례적 TV 출연시켜…정상국가 과시

`金 금고지기` 건재 과시 왜

딸·사위 탈북했는데도…
`류현우 장인` 전일춘 내세워

"탈북민 가족 안 해쳐" 알려
"류현우에 간접 경고" 해석도

리설주, 1년만에 공개석상에

  • 연규욱 기자
  • 입력 : 2021.02.17 17:14:00   수정 : 2021.02.17 19:10:36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일화를 소개하는 장면이 16일 조선중앙TV에 보도됐다. 그는 딸과 사위(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북한대사대리)가 탈북한 사실이 공개됐지만 북한TV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 망명 사실이 최근 공개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장인이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통치자금을 관리해온 전일춘 전 노동낭 39호실 실장이 북한 방송에 등장했다. 류 전 대사대리의 망명이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상황 속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전국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방송에 전 전 실장을 내세운 것이다. 이는 국내외 언론을 통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견해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는 류 전 대사대리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조선중앙TV는 16일 `회고방송시간-학창 시절에 보여주신 숭고한 도덕의리의 세계` 라는 방송을 통해 전일춘 전 실장이 학창시절 기억하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적을 맞아 방영된 방송이었다. 김정일 위원장과 평양 남산고등중학교(중고교 과정) 동기인 전 전 실장은 방송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1960년 7월 남산고중을 졸업을 앞둔 때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는 담임선생님과 저희와 함께 대동강가에 나오셔서 대동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1999년 1월에 저를 친히 부르시고 `김형남 선생님 생각이 요즘 자주 난다. 미망인이 가족하고 살고 있겠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동무가 나를 대신해서 한번 찾아가 보아라`고 간곡히 말씀했다"며 "바쁘신 속에서도 담임 선생을 잊지 않으시고 관심을 두고 계시는가 해서 저는 심한 양심상 가책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전 전 실장은 지병 등 이유로 2017년 말께 현직에서 물러났다. 공개석상에 모습이 드러난 것은 2017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김정일 생일을 맞아 그를 찬양하는 선전방송에 동기인 전 전 실장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사실에 공개적으로 드러난 지 한 달이 채 안된 시점에 그의 장인인 전 전 실장을 방송에 내세운 것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류 전 대사대리의 망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족인 전 전 실장에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에 정상국가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탈북 후 북에 남겨둔 형제자매 3명, 83세 노모, 고령의 장인·장모가 처벌을 받을까 하는 게 유일한 걱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CNN은 "북한에 가족을 남겨둔 채 망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탈북자 가족을 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북한이 고위직 출신 탈북민의 가족을 정치적 선전에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태영호 국민의 힘 의원의 누나인 태옥란 씨 역시 평양에서 CNN과 인터뷰를 한 바 있다. 태 의원의 한국망명 이듬해 보도된 당시 인터뷰에서 태옥란 씨는 "그(태영호는)는 이제 남한의 선전도구로 전락했다. 우리 가족에게 수치만을 안겨줬다"고 말했고, 김정은에 대해서는 찬양 어린 발언을 한 바 했다.

류 전 대사대리를 향한 간접적인 경고의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류 전 대사대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핵무기는 생존의 열쇠라고 믿기 때문에 비핵화는 할 수 없을 것. 핵무기를 모두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며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이어갔다. 다른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북한은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을 최대 무기판매 시장으로 보고 있다. 중동 지역에 많은 무기를 팔아 거액을 챙긴 게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같은 류 전 대사대리의 공개 발언이 불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장인을 노출시키면서 `무언의 협박`을 가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기적으로 보면 류 전 대사대리에 대한 간접적·우회적 경고 메시지임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의 의도를 통일부가 대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류 전 대사대리와 2019년 9월 그의 아내, 딸과 함께 한국 땅을 밟은 뒤 서울에서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그의 한국 망명 사실은 지난달 25일 매일경제 보도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류 전 대사대리는 평양에 남겨진 가족과 연락을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1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돼있는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한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김위원장과 함께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열린 광명성절 기념공연을 나란히 앉아 관람했다. 리설주는 1년이 넘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임신설과 신변이상설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리설주에 대한 특이 동향은 없고, 아이들과 잘 놀고 있으며, 코로나 방역 문제 때문에 공개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게 아닌가 추론된다"고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보고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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