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생산성 2배이상 높이고
맞춤형 기능성 식품 키워야
AI·빅데이터 무장한 농부
1인 기업처럼 농장 이끌것
유통·가공·판매 디지털화 시급
- 정혁훈 기자
- 입력 : 2021.02.03 17:22:12 수정 : 2021.02.03 22:43:57
◆ 디지로그 심포지엄 ◆
3일 오후 온라인으로 중계된 `생명화 시대! 농업의 미래` 디지로그 심포지엄에서 이어령 교수(초대 문화부 장관), 윤종록 한양대 특훈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남양호 (사)유쾌한반란 이사(전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최진석 (사)새말새몸짓 이사장(왼쪽부터)이 미래 농업의 잠재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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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농업은 인공지능(AI)과 결합을 통해 발전하면서 자유로운 농사꾼이 운영하는 1인 농장이 일반화될 것이다."(이어령 교수)
"농업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과감하게 연결(융합)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최진석 이사장)
3일 유튜브로 중계된 `생명화 시대! 농업의 미래` 디지로그 심포지엄 1부에서는 국내 최고 석학들이 농업의 잠재력을 조망해 큰 관심을 끌었다. 매일경제신문, 매일경제TV, SERICEO, 농협축산경제, (사)유쾌한반란, (사)새말새몸짓, (사)한국벤처농업포럼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1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이어령 교수의 기조강연과 최진석 (사)새말새몸짓 이사장, 윤종록 한양대 특훈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남양호 (사)유쾌한반란 이사(전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 김태환 농협축산경제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다.
◆ 농업은 생명자본주의 시대의 꽃
코로나19 발생 이후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이어령 교수는 이런 흐름이 생명자본이 중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이라는 말은 `카피투스`에서 나왔습니다. 카피투스는 가축의 머리를 뜻하는 말이죠. 카피투스의 핵심은 증식입니다. 자본이라는 말 자체에 증식의 의미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증식하는 성질을 가진 생명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바로 생명자본주의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세상은 이제 물질이나 기술자본 중심에서 생명자본 중심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에 대한 가치를 기반으로 인류의 행복이 곧 상품이 되는 경제체제가 바로 생명자본주의다.
생명자본주의 시대에는 농업이 무엇보다 중시된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특히 생명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보다 지력혁명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을 위한 기술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농업은 AI와 결합을 통한 지력혁명을 통해 발전해나갈 것"이라며 "그 단계에서는 농업이 3D 업종이라고 외면받는 게 아니라 가장 오락성이 강하고 예술적인 산업으로 거듭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농사꾼이 활약하는 1인 농장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이사장은 생명은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살게 해주는 힘이라고 해석했다. 생명력이 발동한다는 것은 궁금해하거나 호기심을 갖는 것, 그리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불편함을 해결하는 가장 제대로 된 방법이 바로 창의성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새로운 것은 전부 창의성의 산물이다. 최 이사장은 "농업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이질적인 것들을 과감히 연결(융합)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농식품 등 생명과학 입국 서둘러야
윤종록 교수는 "생명산업은 식품(10조달러)과 제약(4조달러), 의료보건(4조달러)을 합쳐 총 18조달러 규모에 달한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0조달러 중 무려 22.5%를 차지한다"며 "세상이 생명과학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구와 인간 수명의 변화가 생명산업을 갈수록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세계 인구는 60억명으로 늘었고, 전 세계인의 평균 수명은 50세였다. 지구가 60억명의 사람을 50년간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시간 개념으로 보면 지구가 3000억년간 사람을 부양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30년간 세계 인구는 100억명, 평균수명은 100세에 달할 전망이다. 결국 이제는 지구가 1조년간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지구의 인구 부양 부담이 2.3배 늘어나는 것이다. 윤 교수는 "우리가 앞으로는 1조세(歲)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1조세 시대의 지구는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노후 문제는 심각해지고, 환경은 파괴되고, 먹거리는 크게 부족해진다. 농업과 식품, 제약, 의료로 구성된 생명공학의 발전 없이는 1조세 시대를 버텨나가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윤 교수는 "특히 미래 농식품 산업에서는 자신의 체질에 꼭 맞는 맞춤형 건강식품이 대세로 부상할 전망"이라며 "먹는 것 자체가 약이 되는 식품이 등장하고, 그러자면 스마트농업, 디지털농사의 등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교수는 네덜란드 농업이 세계 최강이 된 배경에 푸드밸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전 세계 1500개 식품연구소가 이곳에 몰려 있고, 생명과학 분야 세계 최고인 바헤닝언대도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푸드밸리로 거듭나야 한다"며 "생명과학 입국을 선언한 뒤 농업에 대해서도 정책적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 강소농이 한국 농업의 희망
남양호 전 총장은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적 대안으로 `디지털 강소농`을 제안했다.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무장한 강한 농가가 바로 디지털 강소농이다. 다만 디지털 강소농이 단순히 개별 농가 단위에서 강한 농업을 일구자는 뜻은 아니라고 남 전 총장은 강조했다. 개별 단위 농가를 넘어 이들 농가 간 결합, 그리고 농산물의 물류와 도소매 유통, 가공, 판매 등 농산물 생산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모든 생태계가 하나의 정보 시스템으로 통합되는 형태가 만들어져야 진정한 디지털 강소농이 된다는 설명이다.
남 전 총장은 "농업 시스템 표준화를 위해서는 기술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데, 그러자면 금융업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금융을 중심으로 농업기술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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