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평론

정말 레임덕 방지용일까…"결정못하는 대통령" 文의 변신

[중앙일보] 입력 2021.01.30 05:00

 

기자

강태화 기자

집권 5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작은 변화가 느껴진다. 지금까지는 개혁 등의 정책 목표를 내세우고 '돌진'을 외치는 모습이 잦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갈등의 관리와 수습에 방점을 찍는 문 대통령의 행보가 눈에 띈다. 심지어 변호사 출신 특유의 공격적 어투까지 부드럽게 달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4차례나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발언 수위도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갈수록 높아졌다. 지난 18일 신년 회견에선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정치할 생각으로 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가 잠잠해졌고,역설적으로 '잠재적 야권후보로서' 윤 총장의 대선 지지율이 하락했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규제 일변도였던 과거의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을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화법이 달라졌다. 특히 집권 5년차를 맞아 그동안 갈등을 빚었던 다양한 사안에 대해 직접 반성과 수습을 과정을 반복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뉴시스

 
새해 벽두 부터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전직 대통령 사면론도 문 대통령이 잠재웠다.  
반대가 압도적인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이긴 하지만, 어쨋든 '시기상조론'으로 논란을 종식시켰다. 
 
코로나 손실보상제 도입을 놓고 여권과 기재부 사이의 갈등이 부각되자 문 대통령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 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야당으로부터 "결단 못하고, 결정을 미루는 대통령"이란 비판을 받았던 과거의 모습들과는 차이가 있다.  

2019년 12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서초달빛집회. 당시 여론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찬반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결심했던 탈(脫)정치 기조의 영향"이란 분석이 우선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모든 행위가 정치이기 때문에 탈정치라는 말에 100%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불필요한 갈등 때문에 정책적 성과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여러 성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갈등 구조 때문에 정책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를 개선하자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논란을 빚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대해 사실상의 '시기상조론'을 폈다. 문 대통령의 결론으로 관련 논란은 잦아들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변화를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 방지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레임덕은 차기 주자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받곤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여당내 (주류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뚜렷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상황을 정리하는 역할이 강해지고 있다"며 "특히 문 대통령은 '친문' 세력과 강력한 팬심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여권 주자들은 오히려 문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물려받기 위한 눈치를 상당 기간 봐야하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갈등이나 문제해결에 나서면서 본인이 의도했든 안했든 레임덕 방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외교가에서는 "임기 내 한반도 문제 해결과 관련한 성과물을 내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기도 한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외교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문 대통령과 여권이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의 결정적 기회'로 여기고 있는 7월말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북·미 관계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 등에 올인해야 하는 문 대통령으로선 국내적 갈등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필요가 있었고, 이런 생각이 최근의 행보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걸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 및 협정 서명식에 참석해 일본의 서명식을 보고 있다. 문 대통령 뒤 모니터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ㆍ일 관계 개선은 바이든 정부가 한ㆍ일 양국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문제를 제외한 모든 갈등 요인을 배제하고 오로지 남북 문제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최근의 변화된 태도에) 담겨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정말 레임덕 방지용일까…"결정못하는 대통령" 文의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