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서 객원기자
- 최초승인 2021.01.26 18:03:21
- 최종수정 2021.01.26 18:03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여당과 청와대는 희희낙락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다수 국민 시선에서 볼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문 대통령은 정인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입양아 반품’ 논란을 불러일으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 지지율 반등을 설명할 뚜렷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
때문에 ‘야당 내 지도자가 없다’ 혹은 ‘국민의 힘이 얼마나 못했으면!’ 이라는 자조 섞인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입양아 반품’ 논란 자초했던 문 대통령 지지율 반등?...‘온건 문빠’의 귀환에 불과
그러나 지지율 반등은 소위 ‘온건 문빠’의 재결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도 혹은 보수 표심이 문 대통령 지지로 선회한 게 아니다. 소위 40% 안팎의 국민은 어지간해서는 문재인을 지지하는 광의의 ‘문빠’로 볼 수 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해 지난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작년 11월말 이후로 8주 만에 40% 초중반으로 올라섰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5.1%포인트 상승한 43.0%로, 부정평가는 4.4%포인트 내린 53.2%로 집계됐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1.9%포인트 오른 32.8%를 기록하며 국민의힘을 8주 만에 앞질렀다. 국민의힘은 3.3%포인트 내린 28.6%였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민주당이 31.3%, 국민의힘이 23.7%를 기록해서 4.7 보권선거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27.2%, 국민의힘 31.4%를 기록했다.
중도 및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문 대통령 지지로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수치들이다.
물론 ‘문빠 세력’은 이번 지지율 반등에 대해 과잉반응 중이다. 마치 민심이 돌아온 것처럼 문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있다. 그 반등의 요인으로는 7가지 정도가 꼽힌다. 이 7가지 요인으로 인해 ‘온건 문빠’가 귀환했다고 보는 게 정확한 인식인 셈이다.
① ‘예능프로그램’ 본뜬 신년기자회견의 연출이 먹혀들어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중요 이슈에 대해 굉장히 명쾌하게 정리를 잘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 문제와 관련해서 난감한 질문을 용케 잘 피해갔다는 분석이다. 먼저 맞겠다고 하면 ‘먼저 맞는다’고 공격당할 수도 있고, 안 맞겠다고 하면 ‘피한다’고 비난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제가) 우선순위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아주 높아져서 백신을 기피하는 상황이 돼 솔선수범이 필요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피하지 않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진행 형식도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평가이다. 굉장히 자연스럽고 다음 화면을 기대하는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는 것이다. 내용 면에서도 국민들을 열심히 설득하려는 모습에 중도층이 다시 유입이 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② 전직 대통령 사면 반대 입장, 집떠난 철새를 다시 부르는 미끼로 작용
정치에서는 지지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2월초부터 대통령의 지지율이 꺾인 데는 대통령의 무통(無通)이 일조했다. 추윤 갈등 국면에서 아무런 말이 없는 대통령에게 실망한 지지층들이 상당히 돌아섰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낙연 대표가 제기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 온건 문빠들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이렇게 얘기했으니, 그게 맞아’라는 지지 근거를 제공했다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③ 문 대통령이 정세균 제치고 다시 코로나 컨트롤타워로 부상?
코로나 국면에서 문 대통령은 정세균 총리에게 컨트롤 타워를 맡겼다. 정 총리가 부각되도록 대통령이 적극적 행보를 자제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위기 국면에서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바라보게 된다. 그걸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지지층들을 결집시켰다는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치솟는 상황에서 임시검사소를 늘려서 전파속도보다 확진자를 더 빨리 잡아내겠다는 결정이 주효했다는 평가이다. 검사 숫자가 늘면 확진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의 적극행보가 확진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게 여당 및 문빠 세력의 분석이다.
④ 대통령은 정국 주도하는데 야권은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싸움에 함몰
야권의 무개념 정치행보로 인한 반사이익도 중요하다는 게 문빠 세력의 판단이다.
우선 신년기자회견을 통해서 대통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다시 형성한 것으로 평가한다. 코로나방역, 민생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전달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야권은 지속적으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문제에만 매몰됨으로써, 정책정당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국을 이끌만한 야권 지도자의 부재도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에게 실망한 중도층을 끌어당길만한 유인이 없었다는 것이다.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에 실망한 온건 문빠 유권자들이 방황했지만, 결국 다시 문 대통령의 품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야당인 셈이다. ‘국민의힘이 오죽 못했으면 이렇게 다시 지지율이 올라가는가?’라는 탄식이 나오는 대목이다.
⑤ 백신구매 지연과 부동산 급등 이슈 희석된 것도 한몫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는 어떤 시점이 주어진다. ‘최근에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서처럼 12월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에서는 낮은 지지도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치솟고, 백신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의 문제가 대두되는 데다 부동산 이슈까지 부각되면서 최악의 지지도를 얻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국민들이 느낀다는 것이 여권의 분석이다. 정당 지지도는 짧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변하지 않지만,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사안과 시기에 따라 변화가 크다고 평가되는 면이 있다.
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역할?
문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촉발시킨 원인 중의 하나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도 있다.
주호영 원대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전날 신년 기자회견 발언을 언급하며 “현직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전직 대통령이 된다. 전직 대통령이 되면 본인이 사면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진보층 결집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⑦ 부울경에서의 민주당 지지도 상승은 전철 공약 덕분?
소위 부울경에서의 민주당 지지도 상승은 ‘선심성 공약’ 덕분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약으로 동남권 광역전철망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수도권처럼 부산과 울산, 마산을 잇는, 운행 간격 20분 단위 전철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더해, 육상 교통망 확충 계획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 먹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에 반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가덕도 공항과 관련해서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면서 야권 후보자들끼리 단일화를 두고 싸우는 양상만 지속되다 보니 피로도가 증가했고, 자연히 여권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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