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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영원한 저항 없다”... 끝까지 검찰에 독설 날리고 떠난 추미애

이정구 기자

입력 2021.01.27 16:5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장관직을 내려놓으며 “영원한 개혁은 있어도 영원한 저항은 있을 수 없다”며 ‘검찰개혁’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날 추 장관의 이임사를 두고 “자화자찬만 늘어놓은 뒤끝 이임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발표한 이임사에서 전례 없던 6차례 수사지휘권 발동을 가리켜 “사문화됐던 장관의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권한을 행사해 검찰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불가역적인 역사적 선례를 만들어 냈다”고 자평했다.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서는 “뼈아픈 일이지만, 수감자 인권실태와 수감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 강행과 법원에서 두 차례 집행정지 결정으로 징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이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수사지휘권 발동 사건 지지부진한데, “역사적 선례” 자화자찬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을 두고는 “개혁에 저항하는 크고 작은 소란도 있었지만, 정의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대정신의 도도한 물결은 이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건의 수사에 대해서는 “억지로 밀어붙인 사건들이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추 장관은 지난해 채널A 사건, 라임 자산운용 사건 등 총 6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는데, 이 중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은 2건에 그친다. 라임 의혹 수사팀이 술접대 의혹에 연루된 현직 검사 3명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 윤갑근 전 고검장을 알선수재 혐의로 각각 기소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요양병원 불법 운영 혐의로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재를 미루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등 채널A 사건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총장 부인 관련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등 수사도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대거 기각된 뒤 사실상 답보 상태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지휘권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만, 추 장관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고초 겪으며 검찰개혁 마중물 된 조국 장관 헌신·노고에 감사”

추 장관은 이날 이임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이뤄냈고,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법 제도적 측면에서 확고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평하면서 “이 자리를 빌려 검찰개혁의 소임을 맡겨주시고 끝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문재인 대통령님과 온갖 고초를 겪으며 검찰개혁의 마중물이 되어주신 박상기, 조국 전 장관의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끝까지 조국 장관 수사팀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추 장관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조국 전 장관 수사팀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팀 등 정권을 겨눈 수사를 진행한 검찰 간부들을 대거 지방으로 좌천시키는 ‘대학살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경심 교수 1심 선고, 5촌 조카 조범동씨 유죄 선고로 사건 실체가 상당 부분 법원에서 인정됐는데, 끝까지 검찰은 때린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비리 혐의 관련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바 있다.

◇최악의 집단감염 동부구치소 사태에 “소중한 교훈”

추 장관은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 등 코로나 19 대응과 관련해선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출입국을 관리하고, 방역저해 사범을 엄단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 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다”고 자평한 뒤,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는 매우 뼈아픈 일이지만, 우리로서는 수감자 인권실태와 수감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유체이탈떠난 추미애 화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동부구치소 재소자와 가족들 일부는 지난 20일 추 장관을 상대로 수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낸 바 있다. 이들을 대리하는 박진식 법무법인 비트윈 변호사는 “추 장관이 감독 책임자로서 확진자 격리와 전수조사 등의 조치를 조기에 하지 않은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라며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만 몰두해, 구치소 집단 감염이 이미 본격화된 지난달 16일 윤 총장의 징계의결이 되고 나서야 동부구치소 사태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향해 “영원한 저항 없다”

추 장관은 이날 이임사에서도 검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추 장관은 “모든 개혁에는 응당 저항이 있을 수 있다”며 “영원한 개혁은 있어도 영원한 저항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정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전진해왔고, 그 과정에서 낡은 질서는 해체된다”고 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발, 윤 총장 징계 청구에 대해 평검사 회의 성명 발표, 고검장 성명 등 검찰 내부의 반발이 이어진 것에 대한 추 장관의 비판으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