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3일(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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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文정권 3년 반 안보·경제 실패
신년사에도 기대할 내용 없어
산업화·민주화 이후 20년 방황
포퓰리스트냐 새로운 비전이냐
4월 보선과 내년 대선이 분수령
국민 뭉치게 할 지도자 찾아야
문재인 정권 3년 8개월은 실패(失敗)라고 규정할 수 있다. 안보는 위태로워졌다. 미국 의회에서 한국 인권청문회가 열릴 정도로 동맹은 위태로워졌는데, 스톡홀름증후군에 걸린 것 같은 북한 매달리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경제는 코로나 이전부터 어려워졌다. 서민은 물론 중산층도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는데, 문 정권의 집요한 발목잡기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피·땀·눈물을 흘리며 이뤄낸 성과다. 사회는 갈가리 찢어졌다. 여야·이념·계층·지역·세대·남녀 갈등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졌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의 사실상 마지막 신년사를 보면 올해도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은 코로나와 함께 1년간 더 길고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야 할 것 같다. 문 대통령이 회복·도약·포용을 내세웠지만, 의지도 능력도 의심스럽다. 미래 산업 육성한다고 기업들을 오라 가라 괴롭히거나, 무리하게 김정은을 서울에 초대하겠다고 대내외 갈등이나 일으키지 말았으면 한다. 국민 갈라치기를 업처럼 삼아온 문 정권이 이제 와서 통합이든 포용이든 내세우는 것도 면구스러운 일이다. 남은 임기 1년여 동안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고, 다음 정권에 권력을 넘기는 것이 낫다. 터널 속의 국민 다수는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어지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변화의 빛이 나타나길 간절히 기대할 것이다.
2022년은 단순한 대선의 해가 아니다. 한국 정치는 1945년 정부 수립 이래 20년 단위로 큰 변화를 겪었다. 1961년에 박정희가 쿠데타로 기존 정치판을 쓸어버리고 집권해 20년 동안 산업화를 추진했다. 1980년에는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켜 기존 정치인들을 쓸어버린 뒤 군인들을 전면 배치했고, 그 반작용으로 김영삼·김대중이 집권하면서 민주화를 이뤘다. 2002년 대선은 우리나라가 산업화·민주화 이후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였다. 노무현은 비주류였지만 집권했고, 운동권 출신을 대거 등용해 정치판을 물갈이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 나라를 이끌어갈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 특권 없는 사회, 지역 균형 발전을 외쳤지만, 국가 전체가 추구할 목표는 아니었다. 이명박·박근혜도 선진화·녹색성장·복지 등을 제시했지만, 정권의 어젠다로 그쳤다. 노무현 이후 20년 동안 이 나라는 목표를 잃고 살아온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 와중에도 방향을 크게 잃지는 않고 전진해왔다는 점이다.
지난 20년간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잡놈’의 대거 등장과 포퓰리즘의 득세다. 한국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필리핀의 두테르테, 미국의 트럼프가 보여주듯 세계적 현상이었다.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잡놈의 등장은 기득권을 놓지 않고 뜬구름을 잡는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뻔뻔하고 부도덕한 위선자들이 여론을 호도하고 권력을 농단하면서 국가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이성·상식·합리성이 흔들리고 법질서까지 위태롭게 됐다. 이들은 국민 세금을 자기 돈처럼 뿌려대며 대중의 인기를 매집했다.
올해 대한민국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잡놈과 포퓰리스트에게 끌려갈 것인가, 새로운 비전을 가진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우리의 앞길에는 명확한 과제와 목표들이 있다. 첫째, 북한. 통일할 것인가, 아니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와 슬로바키아처럼 1민족 2국가로 살아갈 것인가. 북한 핵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할 것인가, 김정은 세습 정권을 교체할 것인가. 둘째, G5. 대한민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며, 문화적으로도 글로벌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향후 20년간 미국·중국·러시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영국·프랑스·독일·일본과는 경쟁할 수 있다. 목표를 G5로 잡을 것인지, G7으로 잡을 것인지는 꿈의 크기에 달렸다.
고질적 분열과 갈등 때문에 안 될 것 같다는 비관론도 있다. 나라의 목표가 확실하면 국민은 저절로 뭉친다. 1945년 해방처럼, 1977년의 100억 달러 수출처럼, 1988년 올림픽처럼, 1998년 금 모으기처럼, 2002년 월드컵처럼. 그걸 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 이 나라의 리더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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