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0.12.31 12:02 수정 2020.12.3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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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 부산고등지방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한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인사 이동됐다. [연합뉴스]
대검찰청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켜본 모습을 담은 글 두 건을 외부 직장인 게시판에 올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부터 최근 법원 결정으로 다시 출근하게 된 장면 등을 소탈한 인품을 묘사하며 "역대급 리더인데 정치할지는 모르겠음"이라고 적었다. 이는 원래 폐쇄 게시판에 올린 글이지만 31일 '충격, 윤석열 실체' 등의 제목으로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대검수사관 추정 '대검 블라인드'에 2건 글 게시
법원 직무배제 정지 결정 뒤 출근한 모습도 담아
검찰 등에 따르면 전날인 30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대검 블라인드에 최근 ‘윤석열’ ‘윤석열 2’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검찰청 직원이 e메일로 관리자 인증을 받아야 글을 쓸 수 있는 폐쇄형 게시판으로, 현직 검사들도 세밀한 묘사에 “수사관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대검 블라인드에 "역대급 리더인데…정치할지는 모르겠음"
지난 30일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는 글에는 “윤 총장은 이래라저래라 사소한 지시 안 한다”며 “‘10초 보고’ 막 이런 말도 있었다”며 “부‧과장이 10초 보고하면 ‘어 그래 알았어’ ‘오케이’ 이런 일이 많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 수사에 대해 “사실 수사팀이 다 해서 보고하고 총장은 그냥 큰 결정만 내린 것”이라며 “국감장에서 ‘나도 번민을 많이 했다’ 말 들으니 대충 이해되더라”고 해석했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조 전 장관을 수사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도 인간인 만큼 개인적으로 굉장히 번민했다”며 “그 상황에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부득이한 것이었음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블라인드의 글쓴이는 “논문 저자 문제 있다 떠들어 대서 수사팀이 수사 개시하겠다고 하니 ‘응 그래 하려면 제대로 해라’ 이 정도 한 거지”라며 “그때 안 했어 봐 그럼 지금 경찰 이용구(차관)처럼 되는 거”라고 적었다. 최근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의혹 사건을 내사 종결해 논란이 일자, 검찰이 경찰을 배제하고 직접 수사하게 된 상황을 덧붙인 것이다.
윤석열 포토존으로 불렸던 대검찰청의 본관과 별관 사이 구름다리에 지난 6월 틴팅(선팅) 작업이 이뤄졌다 .이 구름다리는 사진기자들이 점심시간 때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유일하게 촬영할 수 있는 '윤석열 포토존'이었다. 대검 측은 당시 한여름 햇볕을 차단해 냉방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도 절약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틴팅 작업 전 구내식당을 향하는 윤석열 총장(위)과 6월 4일 오후 검은 틴팅으로 내부를 볼 수 없게 바뀐 대검 구름다리의 모습(아래). [연합뉴스]
블라인드 글에는 한동훈 검사장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그는 “2010년 초반부터 검찰 내에서 천재라고 소문난 인간”이라며 “(회사라면)최소 상무까지 무조건 갈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이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을 때 윤 총장이 지난 2월 방문해 악수한 장면을 떠올렸다. 그는 “자기가 보고한 거 안 막고 다 오케이 했으니까 그 천재가 총장 보면 좋아 죽는 것임”이라고 적었다. 한 검사장은 지난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 판결 결과가 나오자 언론에 “저를 비롯한 수사팀은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짤막한 입장을 냈다.
글쓴이는 본인이 수사관이라는 점을 추정하게 하는 대목도 남겼다. 그는 “수사관들끼리 술 먹다가 한 사람이 ‘총장하고 옛날에 같이 근무했다’고 해서 ‘야 그럼 네가 전화해봐’(라고 했다)”라며 “그래서 밤 10시에 전화했는데 안 나왔다(컨디션 안 좋아서 미안했다고 다음날 돈 보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용구(차관)나 박범계(법무부 장관 후보자)나 형형 거리는 게 그냥 형형 불러도 받아주니 저러는 것임”이라고 전했다.
또 "윤 총장은 같이 근무하는 8급 수사관, 청소하시는 같은 층 여사님까지 진심으로 챙긴다"며 "그냥 박찬호같이 말하는 거 좋아해서 정이 많은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역대급 리더인데…정치할지는 모르겠음"이라고도 평했다.
“윤 총장은 이래라저래라 사소한 지시 안 한다”
이용구 차관은 지난 4월 윤석열 총장과 술자리에서 “표창장은 강남에서 돈 몇십만원 주고 다들 사는 건데 그걸 왜 수사했느냐”고 말한 게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오후 10시쯤 뒤늦게 합류한 윤 총장에게 이 차관은 만취 상태에서 대뜸 “내가 아무리 문재인 정권의 사람이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형이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조 전 장관 수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형 때문에 국이 형(조 전 장관)이 이렇게 됐는데 결국엔 형이 나중에 정치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는 장면이 당시 같이 자리를 함께했던 인사를 통해 전해졌다.
박범계 장관 후보자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개입 사건 수사로 징계를 받자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찬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는 글을 남겼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블라인드 글 전문
[출처: 중앙일보] 수사관이 쓴 윤석열 실체 "조국수사 안했음 지금 이용구 됐다"[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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