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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소득주도성장 패착으로 ‘코로나 불황’ 더 악화…내년 회복 낙관 어려워

[김기훈의 경제TalkTalk]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입력 2020.12.28 16:1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3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코로나 사태로 암흑 속에 빠져 있는 세계 경제가 새해에 탈출을 시도한다. 세계 각국은 백신 접종으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내년 경제 회복 경쟁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빨라야 내년 1분기에야 백신 접종을 시작할 한국 경제. 회복 경쟁에서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걸림돌은 무엇일까?

2021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방향과 해결 과제를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에게 들어봤다. 성 교수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론적으로 지원하는 국책 경제연구기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어서 경제학 이론뿐아니라 경제정책 실무에도 밝은 거시경제 분야의 권위자이다.

성 교수는 “한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악영향으로 체력이 저하된 상태였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정부가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를 쓰지 않으면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전세계 금융시장이 실물 경제와 괴리되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내년에 금융 시장이 더 달아오르면 금리 인상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1차 인터뷰는 지난 24일 오전 10시에 전화로 진행됐으며, 보완을 위해 28일 추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정부의 코로나 사태 대응책에 따라 외부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조선일보DB

내년 한국 경제 5대 변수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지난 1년간 참혹한 시기를 맞았던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백신 접종을 시작하며 경제 회복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아직 백신을 확보조차 못해 내년 상반기 내내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을 계속해야 할 판이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5대 핵심 변수를 꼽아 달라.

“첫째, 코로나 사태의 향방, 둘째, 반도체 호황, 셋째,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넷째, 한국 정부의 재정 정책 방향, 다섯째, 원-달러 환율의 변화이다.”

변수를 하나씩 차례로 물어보기로 했다.

① 코로나 사태의 향방

―내년에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올해처럼 코로나 사태인가?

“그렇다.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 문제는 첫째,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둘째, 변종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백신과 치료제는 생산과 배포 과정을 거쳐 사람들이 면역을 얻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경제에 백신 효과가 나타나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한 시점은 내년 중후반 쯤이 될 것이다. 이에 앞서 코로나가 극복될 수 있다는 심리가 금융시장에 미리 반영된다. 아마 내년 상반기에는 주가에 이런 기대가 모두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실물경기가 실제로 살아나는 것은 돌발 변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내년 하반기에야 가능하다. 만약 백신의 확보와 배포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면 경제 회복은 그만큼 더디게 된다.”

코로나 사태는 내년 한국 경제의 회복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사진은 코로나 검사를 받는 제주 한림읍 주민들./뉴시스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백신 접종에 나섰지만 한국은 아직 백신 접종을 시작도 못했다.

“백신 접종 없이 시간이 계속 흘러가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국내 경제 상황은 좀 불안한 측면이 있다. 다만 해외 다른 나라들에서 백신 효과가 나타나 경제가 안정이 되면 한국의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한국 경제는 내년에 내수에 문제가 있겠지만 수출 부문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내수 기업 혹은 자영업자들과 수출 기업간의 실적 격차가 생길 수 있다.”

―한국의 내수가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쯤 된다. 미국의 경우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3쯤 되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봉쇄 조치가 나면서 이 소비가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는 내수 비중이 작지만 그래도 국내 소비의 비중이 아주 작은 편은 아니다.”

―수출 기업들은 내년에 어느 정도 상황이 개선될까?

“정확히 이야기하면 수출 부문에는 대외 환경과 환율 두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내년에는 다른 나라들의 경제 상황이 좋아지므로 한국 기업의 수출 환경은 개선된다. 다만 내년에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수출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

성 교수는 내년에 왜 원-달러 환율이 불안해질 수 있는지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 나오는 5번째 변수 ‘환율’에서 추가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② 반도체 호황

―한국의 수출 환경이 괜찮아진다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수출 부문은 한국 수출의 주력인 반도체 산업일 것 같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내년에 큰 호황을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빨리 진정되지 않을 경우 비대면 상황이 이어지면서 통신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다. 또 2019년 12월에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전부터 세계경제가 구조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해왔기 때문에 이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반도체는 올해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한국 수출 개선에 큰 도움을 줬다. 내년에도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 반도체 부문은 한국이 상당한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

내년에는 세계 반도체 경기가 좋아 한국 수출 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5일 대전 유성구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연구원들이 12인치(300㎜) 반도체 패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신현종 기자

③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16일 향후 금리정책과 관련해 2023년까지는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제로(0)금리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 세계 경제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다소 낮설게 들린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가 오기 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영향 덕에 상당히 좋은 상태였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미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이 경우는 금리를 올리는 문제가 이슈로 등장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현재 2023년까지는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년에 실물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금융시장이 과열되면 금리 인상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사진은 지난 2일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로이터 연합뉴스

―좀 더 상세히 설명해 달라.

“연준은 2023년까지는 금리를 안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물 경기 회복세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면 경기 과열과 거품 논란이 일면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금융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선언은 지금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침체됐으니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미이다.

만약 경기가 급반등하면서 매우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거론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금리를 올려도 아기 걸음마처럼 작은 폭으로 천천히 올리겠지만 말이다. 이와 반대로 실물 경기 회복세가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으면 현재 잔뜩 부풀려진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다. 이처럼 양쪽의 측면을 모두 고려하면 미국 금융시장도 올해만큼 호황을 누리기 어렵다.”

―미국 경제가 내년에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고 보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같은 통계 수치로만 보면 일단 내년 하반기에는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올해 수치가 매우 낮았기 때문에 그 바닥 효과로 인해 내년도 성장률은 매우 높게 나온다.

문제는 실제로 경기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느냐 하는 문제이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경제에 불확실성은 있었지만 상황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경제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에 문제는 없나?

“금융시장이 내년에 불안해질 수 있다. 현재 미국 주가는 코로나 사태 이전을 훨씬 넘어섰다. 그래서 만약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회복되면서 금융시장을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실물경제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예상은 이미 금융시장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년 주가는 올해만큼 큰 폭으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인가?

“내년에는 올해처럼 큰 폭의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 조치를 할 수 없으므로 주식시장이 올해 같은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렵다.”

지난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하고 있는 트레이더들./뉴욕증권거래소

미국의 대표적인 3대 주가지수 중 하나인 S&P 500 의 지난 1년간 추이./네이버.

―미국 실물경기 회복에 장애 요인이 있다면?

“첫째는 백신 투입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 생길 가능성이다. 둘째는 유럽이나 신흥국 경제가 불안해져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과 신흥국 이야기가 나온 차에, 세계 경제 이야기로 화제를 넓혀 유럽과 중국의 경제에 대해 좀 더 물어보기로 했다.

유럽, 내년에도 어려울 듯

―유럽과 신흥국 경제의 위험이라면?

“유럽과 신흥국들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유럽의 경우 지난 2011년 재정 위기를 겪은 이래 아직 이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남유럽에서 재정 위기가 악화되고 영국의 변이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 빠르게 확산되면 유럽 경제가 심각해진다.”

―유럽 경제는 내년에 어떨 것 같은가?

“유럽 경제는 어려움이 내년에도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 유럽 내에서 경제가 괜찮은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에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유럽은 정부의 재정 상황이 나빠서 재정으로 관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에 유럽 경제는 전반적으로 볼 때 여전히 가라앉는 형태가 될 것 같다.”

내년 유럽 경제는 올해처럼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진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4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끝난 뒤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신화 연합뉴스

―사정이 괜찮은 나라라면 독일인가?

“독일도 이번에 코로나 타격을 받아 좋지 않지만 그나마 유럽 내 다른 나라들보다 괜찮은 편이다. 독일과 다른 나라의 괴리는 상당할 것 같다. 특히 과거의 재정 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는 상황이 매우 어렵다. 유럽 경제는 올해 워낙 상황이 안좋았기 때문에 내년에 통계 수치로는 좋게 나오겠지만 경기 역동성은 독일마저도 좋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