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용
- 입력 : 2020.12.24 06:01
'홍키자의 아이티라떼'를 연재합니다.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의 뒷얘기를 파헤쳐보겠습니다.
[홍키자의 아이티라떼-2] 올해도 딱 일주일 남았습니다. 연말이면 새해 예측과 전망에 관한 기사와 책 등 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동학개미' 열풍으로 시끌시끌했던 한 해였던 탓에 내년에는 어떤 섹터의 어떤 기업이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제게도 꽤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던집니다.
"홍키자, 올해 IT 섹션에서 2배 이상 오른 종목이 많았잖아. 내년에도 오를 만한 종목 하나만 찍어줘 봐."
그럴 때마다 저는 늘 같은 대답을 해왔습니다.
"IT섹션에서 저는 AR·VR 산업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 화두가 될 것 같아요."
▲ 매경DB
지난 10일 정부가 부처 합동으로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했습니다.
2025년까지 사회 전반에 가상융합기술(XR)을 확산시켜 최대 30조원의 경제효과를 만들겠다는 포부예요.
정부, 가상융합기술 선점…XR기업 150곳 키운다(기사 바로가기)
도대체 가상융합기술이 뭐기에? 부처 전부 모여서 발전전략을 내놓은 걸까요?
가상융합기술은 다른 말로 XR라고 합니다. 'eXtended Reality'에서 따왔는데요.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다양한 기술을 통칭하는 말이에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홀로그램(HR) 등 기술로 현실과 비슷한 가상공간에서 시공간 제약 없이 소통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말하죠. 실감기술이라고도 하고요. 이 기술에서 파생하는 경제를 '실감경제'라고 합니다.
'단순한 신기술인가 보다' 정도가 아니에요.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초현실 디지털 사회)' 시대를 열 핵심 인터페이스로 꼽아요.
1990년 대 말 인터넷 망과 인터넷 기술 보급으로 온라인 세계가 펼쳐졌고, 2010년대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세계가 펼쳐진 것과 마찬가지로요.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되는데 바로 XR기술로 인한 디지털 세계가 곧 펼쳐진다는 겁니다.
▲ 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포스터.
2018년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떠올리시면 돼요. VR 헤드셋을 끼고, VR 슈트를 입고 가상현실 속 세상에서 숨겨진 아이템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얘기인데요. 실제 아이템을 찾으면 현실 세계에서 보상이 뒤따르죠. 영화 '킹스맨'을 떠올리셔도 비슷합니다. 세계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이 홀로그램으로 회의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주인공이 AR 글라스를 끼자 아무도 없던 텅 빈 자리에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합니다.
▲ 영화 '킹스맨' 홀로그램 회의 장면 캡쳐.
영화에서만 나오는 얘기 아니었냐고요? 아니에요. 정부가 이달 발표한 'XR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게 다소 늦은 감이 있을 정도고요. 전 세계 기업들은 이미 VR AR 등 XR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2010년 초부터 뛰어들었어요. 벌써 10년 전 일입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올해 코로나19 국면에서 XR 기술을 도입해 효과를 봤습니다.
VR공간에 모인 전 세계 개발자들…가상융합기술로 新車 기획도(기사 바로가기)
▲ 현대차가 구축한 세계최대 VR 품평장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컨셉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가상공간에 만든 '현대차 VR 개발실'로 실무자들 20명이 출근해 신차 디자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바타가 손동작 한 번으로 헤드램프 모양을 바꾸고, 색상과 재질을 바꿀 수 있고요. 부품 크기를 조정하고 위치를 바꾸기도 합니다. 이 디자인이 얼마나 잘 어울릴지 보고 싶으면 도시 한복판, 바닷길, 오프로드로 배경을 바꿔보는 것도 할 수 있어요. 가상현실 세계에서 이뤄지는 일입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줄어들겠어요? VR 도입 이전에는 건의할 때마다 일일이 직접 그리거나, 손으로 직접 모형을 깎아 만들거나 했으니까요.
작년 10월 공개된 수소전용 대형 트럭 콘셉트카 '넵튠(Neptune)'의 혁신적 디자인이 이 시스템에서 탄생했고요. 지금은 현대차가 개발 중인 모든 차종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 스페이셜의 VR 솔루션을 활용해 뉴욕에서 재택근무 중인 이진하 CPO와 홍성용 매일경제 기자가 각자의 아바타로 3차원 가상 회의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아바타는 본인의 사진을 이용해 얼굴 생김이 닮았고, 상체만 구현된다. 가상공간에서 배낭 시제품 등 원하는 이미지를 3D 이미지로 띄울 수 있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는 펜을 이용해 체크할 수 있다. /사진=스페이셜 VR 캡쳐
재택근무에도 VR 솔루션이 이미 쓰이는 사례가 많아요.
올해 6월 미국 뉴욕에 있는 이진하 스폐이셜 대표와 인터뷰할 때는 스폐이셜의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난 서울, 상대는 뉴욕…3D 가상 회의실에서 진짜처럼 '콘택트'(기사 바로가기)
이 대표는 영상회의 플랫폼인 '줌' '구글 미트' 등의 한계점이 있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영상회의를 할 때 참여자가 5~6명만 넘어가도 양방향 소통에 문제가 생겨요. 상대방 존재를 느끼면서 유대감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게 소통인데, 그게 어려운 거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와 상관없이 바로 옆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소통할 수 있는 AR·VR 소통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근무 형태의 뉴 노멀입니다."
▲ 매경DB
XR 기술이 이미 산업과 근무 현장에 쓰이기 시작했지만, 일반인도 편하게 쓰기 위해서는 'AR글라스'가 가장 먼저 발달돼야 한다는 얘기가 많아요.
'가볍고, 저렴하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AR 글라스가 개발돼야 본격 보급이 된다는 겁니다.
장시간 이용하는 데 제약이 없도록 가볍고(생활용 100g·산업형 200g), 넓은 시야각(50~90도)을 유지하며, 끊김 없는 저지연 재생(지연기간 20ms 이하)을 가능하게 하는 거예요. 물론 가격도 중요하죠. 과거 구글 글라스는 1500달러(약 163만원), MS 홀로렌즈1은 5000달러(약 546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였지만, 현재는 중국 엔리얼라이트가 국내에서 69만원 선에 판매될 정도로 가격이 낮아진 상태긴 해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이미 관련 제품을 내놓거나,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면서 AR 글라스 디바이스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다음은 AR 글라스…가볍고 오래 쓰는 600불대 제품도(기사 바로가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9월 말 페이스북이 AR 글라스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이런 말도 했어요.
"앞으로 언젠가는 스마트 안경을 쓴 사람들이 홀로그램으로 형상화한 친구를 옆에 두고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 방향을 찾고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적어도 내년 3분기까지는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백신 보급이 완료되려면 내년은 올해와 비슷하게 흘러가겠죠. 밖으로 나다니지 못하는 해가 벌써 2년, XR 시장이 커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XR 글라스 등 하드웨어, XR 플랫폼과 XR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까지 다방면으로 커져나가겠죠.
▲ 매경DB
컨설팅 회사 PwC는 작년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XR 기술이 제조부터 의료, 교육, 유통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산돼 2025년에는 글로벌 경제를 기준으로 4764억달러(약 524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전기차 시대'와 같이 이미 예견된 미래랄까요. 그렇다면, 아직 본격화되기 전에 XR기술과 관련된 유망한 회사가 어떤 곳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AR 글라스 유망 회사, 산업용 AR·VR 플랫폼 기술 개발 회사, AR·VR 콘텐츠 회사를 주목해 보시길 권합니다. 10배 넘는 수익을 올려다 줄 산업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매일경제 모바일부는 '아이티라떼'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 바로가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꼼꼼히 해설합니다.
[홍성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득주도성장 패착으로 ‘코로나 불황’ 더 악화…내년 회복 낙관 어려워 (0) | 2020.12.28 |
---|---|
월가 애널리스트 10명 중 8명 추천…내년에 뜰 종목은? (0) | 2020.12.28 |
가계 빚, 결국 GDP 첫 추월…"자영업자 5만명 폐업할 수도" (0) | 2020.12.24 |
2030 부동산 영끌에 주식 빚투 열풍…"거품 터지면 67조 증발" (0) | 2020.12.24 |
부동산에 영끌, 주식에 빚투…가계빚, 결국 GDP 넘어섰다 (0) | 2020.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