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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박정훈 칼럼] ‘민주 건달’이 연대해 나라 뜯어먹는 세상

이들의 경쟁력은 누구도 흉내 못 낼 탁월한 연대 능력이다
운동권 노하우를 그대로 이식해 서로 봐주고 끌어주는 이익 카르텔을 구축했다

박정훈 논설실장

입력 2020.12.25 03:20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 출석을 위해 11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20대 청년 조국은 자본주의 전복을 꿈꾸던 사회주의자였다. ‘사노맹’ 산하 조직에서 활동하다 6개월 옥고를 치렀다. 본인 회고대로 “뜨거운 심장이 있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흘러 청년은 변절했다. 사회주의 혁명 대신 부르주아적 삶을 탐하는 강남 좌파로 변했다. 알고 보니 그는 자식 출세를 위해 스펙을 조작하고 문서를 위조한 위선자였다. 입으론 여전히 진보와 공정을 말했지만 뒤로는 반칙과 특권을 서슴지 않고 있었다. 조국의 공모 사실을 인정한 정경심 판결로 ‘진보주의자 조국’은 사망했다. 진보의 가치를 주장할 자격을 잃었다.

운동권 서열로는 조국이 상대도 안 될 지존급 인물이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삼민투’ 초대 위원장. 그를 일약 유명인으로 만든 것은 85년 미 문화원 사건이었다. 전학련의 전위 조직 ‘삼민투’ 대원을 이끌고 미 문화원을 기습 점거한 뒤 농성을 벌였다. 당시 그들이 창문에 내건 ‘미국은 광주 학살 책임지라’는 대자보가 선명한 기억을 남겼다. ‘광주'와 ‘미국’의 연결 고리를 대중에 각인시킨 인상적 장면이었다.

많은 운동권처럼 그도 정치의 문을 두드렸다. 36세 때 여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세 표 차로 석패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초대한 낙선자 위로 행사에서 그는 느닷없이 큰절을 올렸다. 변신을 고백하는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그 뒤로도 두 번 더 출마했지만 다 떨어졌다. 운동권 경력은 화려했지만 정치인으로선 불운했다. 이후 자취를 감췄나 했더니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뉴스의 인물로 등장했다. 이번엔 태양광 사업가였다. 태양광 수주를 둘러싸고 심심치 않게 논란을 일으키더니 결국 비리 혐의로 투옥됐다. 80년대 운동권의 대부로 불리는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이야기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그를 다시 소환해낸 것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였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허씨와의 커넥션 의혹이 불거졌다. 변 후보자가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 시절 허씨의 태양광 조합을 밀어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허씨 조합은 태양광발전소 설치 경험이 전무했다. 그런 미자격 조합에 SH가 미니 발전소를 25건이나 밀어주었다. 박원순의 서울시와 SH가 허씨에게 공공 면허를 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누가 봐도 특혜였다.

허씨의 사업은 SH의 첫 물량을 발판으로 승승장구했다. 제로(0)였던 사업 실적이 연간 수천 건 규모로 폭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허씨 조합이 받는 공공 보조금은 갑자기 15배로 뛰었다. 허씨가 운동권 인맥 장사로 공공 물량을 싹쓸이한다는 말이 무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