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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단독] 한국 가계부채 증가속도, 금융위기때보다 더 빨라

BIS, 韓 민간부채 경고

빚증가 속도 지표 13.8%P로
태국·멕시코·아르헨보다 높아
올 가계 60조·기업 120조 폭증

  • 양연호 기자
  • 입력 : 2020.12.09 17:47:15   수정 : 2020.12.09 18:11:0

◆ 민간부채 빨간불 ◆

우리나라 기업부채와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면서 민간부채 위험 수준이 11년 만에 `경보` 단계에 진입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경고가 나왔다. 기업 도산이 늘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정부가 개입해 구조조정 등에 나서게 되는데, 이 경우 정부부채마저 불어날 수밖에 없어 3대 경제 주체가 모두 `빚더미`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BIS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말 가계부채는 1887조원, 기업부채(금융회사 제외)는 2073조원, 정부부채는 86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민간 부문의 빚 증가 속도가 가파른데, 올해 들어서만 가계부채는 60조원, 기업부채는 120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민간 부문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갭은 2009년 2분기(13.2%포인트)보다 더 높은 13.8%포인트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의 신용갭은 빚 부담이 큰 신흥국으로 꼽히는 태국·멕시코·아르헨티나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용갭은 가계·기업의 부채 수준이 GDP를 비롯한 실물경제 수준과 비교해 얼마나 늘었는지를 산출하기 위해 활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각국 정부가 경제 위기 때 은행 부문을 통한 적절한 신용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신용갭 지표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B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한국의 비금융 민간 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5%로 1년 새 1%포인트 상승했다. BIS가 집계한 32개국 중 증가폭으로는 홍콩, 프랑스, 중국, 일본 등에 이어 상위권에 위치했다. 이 지표는 민간 부문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보여주는데, 2009년(20.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빚 상환 부담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민간 부문의 빚 부담이 늘면 갚아야 하는 이자비용이 늘고 민간소비를 제약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금융 현장에서 상환능력을 감안한 가계대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하고 금융사도 스스로 손실 흡수 여력을 보강하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용어 설명>

▷신용갭 : 가계·기업의 부채가 실물경제 수준과 비교해 얼마나 늘었는지를 산출하기 위해 활용된다. 민간 부문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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