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죽어서 이미 상복 입었고 / 갓난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 3대의 이름이 군적에 실리다니….’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이 지은 한시 ‘애절양(哀絶陽)’의 한 부분이다. 절양은 남성의 생식기를 자른다는 의미다. 당시 군적(軍籍)에 오른 남자는 병역을 대신해 군포를 내게 되는데, 탐관오리들이 이미 죽은 사람과 갓난아이까지 군적에 올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둬들였다. 이 같은 군포를 감당할 수 없자 아이를 낳지 않겠다며 자신의 생식기를 자른 기막힌 현실을 묘사한 것이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으로, 예기(禮記)에 나오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한다. 공자가 노나라의 정치에 환멸을 느껴 제나라로 가던 중 세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여인을 만났다. 사연을 묻자,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이 모두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여인은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도 살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공자가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고 한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와 관련해 “국정 파탄의 몸통, 난장판 정치의 최종 주역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폭정, 폭주가 바로 국민 잡아먹는 호랑이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며 ‘가문맹어호’에도 빗댔다. 여론조사의 신뢰도 의문에도 불구하고 30%대로 떨어진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그런 주장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다 종부세와 전·월세가 폭등으로 국민은 신음하는데, 문 정권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허무는 일도 서슴지 않으면서 탈원전 비리를 은폐하는 데 온갖 불법을 저지른다.
문 정권의 행태는 이제 국민에게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가 그런 분노의 분출을 억누르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갈수록 문 정권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윤 총장을 찍어내는 데도 추 장관은 깃털일 뿐이고, 그 몸통은 문 대통령임이 분명해졌다. 집권세력의 위장술이 아무리 탁월해도 국민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문화일보
게재 일자 : 2020년 12월 04일(金)
박현수 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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