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 건립 123주년 기념사 2
천영우
3년전 한.중간에 ‘사드 3불합의’라는 것을 타결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5천만 국민의 안위를 지킬 대한민국의 안보주권을 중국과의 흥정 대상으로 삼고 우리의 자위권을 제한당한 굴욕적인 합의였습니다. 중국의 경제보복을 무마하려고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한 것입니다. 3년 전 당시 주중 한국대사가 시진핑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후 방명록에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문구를 썼다는 게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만절필동은 재조지은(再造之恩)과 함께 선조가 임진왜란 때 조선을 구해준 명나라의 은혜에 감사하고 충성을 다짐하는 표현인데 이게 북한의 주중 대사가 아니라 주중 대한민국 대사가 썼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한국을 작은 나라로 묘사하면서 대한민국을 소한민국으로 폄하하고 중국몽에 한국도 함께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몽은 한국이 목숨을 걸고 피해야 할 악몽입니다. 시진핑이 말하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꿈’은 중국이 지배하는 동아시아의 질서로 되돌아가자는 꿈입니다.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한국의 친중 굴종을 전제로 한 신형 조공관계로 돌아가자는 소리입니다.
최근에는 중국의 부상이 제기하는 안보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간 4개국 협의체인 Quad에도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참가를 거부하면서 시진핑의 방한에 애타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독립문을 세운 지 123년이 지났는데도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괜히 주눅이 들고, 중국에 당당하게 할 말 하는 것을 불경스러운 일로 여기는 자세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한국인의 정신세계에서 40년간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것은 뼈에 사무친 치욕으로 남아있는데 중국의 속국으로 5백 년을 지낸 것은 억울해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속국 중에서도 중국을 잘 섬기는데 타의 모범이 된다는 의미로 중국이 조선을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게 조선에게 얼마나 모욕적인 표현인줄 모르고 중국의 칭찬으로 여기는 얼빠진 사람들도 아직 있습니다.
중국의 패권적 횡포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미국과 일본을 활용할 바에는 차라리 중국의 속국으로 돌아가 굴종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모화사상과 사대주의의 잔재에서 우리는 정말 자유로울까요? 일본과의 우호와 협력을 논하는 자는 무조건 토착왜구로 매도하는 분위기를 보면 일본의 흔적이 보인다는 이유로 개화와 발전을 거부한 123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영은문과 모화관을 허물고 독립문을 세운 서재필 선생이 친중 사대주의의 망령이 다시 살아난 것을 보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지 않을까요? 오늘 우리가 함께 고민할 화두를 던져 보는 것으로 제 기념사를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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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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