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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스르기

골프숍 블루스’ 30년

골프숍 블루스’ 30년
  • 달리는 여성 CEO <40>그린골프프라자 이경숙 회장
    1974년, 내 나이 26살 프로골퍼 남편 은퇴 대비해 충무로에 시작한 가게
    “야” 소리 들어가며 늦은 점심 먹어가며 골프용품 어렵게 구해가며…
    2007년, 매출 300억 골프숍을 넘어 국내 최장 골프장도 꿈꾼다
  • 신동흔 기자(글) dhshin@chosun.com
    오종찬 객원기자(사진) ojc1979@chosun.com
    입력 : 2007.11.27 23:33 / 수정 : 2007.11.28 02:44
    • 그린골프프라자 이경숙 회장
    • “1970년대에 26세의 여성이 골프숍을 연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죠.”

      그린골프프라자 이경숙(58) 회장은 요즘도 34년 전인 지난 74년 서울 충무로에 처음 골프숍을 오픈할 때를 떠올리곤 한다. 국내에 골프숍이라고 해봐야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던 시절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70~80년대 프로 선수로 날렸던 김승학(60) 프로. 이 회장은 “운동 선수 남편의 노후 준비를 일찍부터 해야 했고, 남편이 1년의 절반을 해외 투어로 집을 비웠기 때문에 뭔가 해야 했다”고 말했다. 남편의 투어 상금 2000만원이 종자돈.

      어려움이 많았다. 골프용품이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던 시절이라 상품 확보에 애를 많이 먹었다. 그래서 처음 3년은 이익을 내기 힘들었다. 종업원인 줄 알고 젊은 여성 사장에게 “야”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성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골프숍을 동네 ‘사랑방’처럼 만들었다. 점심 때면 당시 충무로에 있었던 극동건설이나 쌍용그룹 임원들이 많이 찾는 장소가 됐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나 가수 최희준씨 등을 포함해 30년 이상 된 단골 손님도 100명이 넘는다. 덕분에 당시에는 매일 오후 3~4시 사이에 점심을 먹는 게 습관이 됐다.

      이 회장은 가게에서 두 번 쫓겨난 경험을 갖고 있다. 한창 장사가 잘되게 터를 잡아 놓으면 번번이 건물주가 ‘나가달라’고 했던 것. 그때 처음으로 “내 땅에 가게를 열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돈이 부족했다. 어렵게 계약금만 마련해 가게 자리를 알아봤더니 충무로에 나와 있는 가게는 66㎡(20평)짜리를 겨우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강남에선 같은 돈으로 529㎡(160평)짜리를 살 수 있었다.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해서 구입한 것이 지금 삼성역 사거리의 본사 자리.

      이 회장은 “한창 강남이 개발되던 시절과 맞았고, 골프 붐이 일기 시작하던 때여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그린골프프라자는 도곡동 분당 수원 등지로 매장을 확대해갔다. 87년에는 석교상사를 설립해 브리지스톤사의 ‘투어스테이지’를 국내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연 매출은 300억원 정도.

      골프 실력은 어떨까. 그녀는 “요즘은 여성이 골프를 잘 치는 게 사업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손님들이 제의를 해도 항상 거절했다”며 “나이 들어 시작했기 때문에 생각만큼 잘 치지 못한다”고 했다. ‘보기 플레이어’ 수준.

      그녀는 요즘 남편과 함께 전북 익산시에서 내년 오픈을 목표로 시범라운드 중인 ‘베어리버 골프장’ 개장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코스 길이 7086m로 국내에서 가장 길고, 각종 국제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규모로 준비 중이다. 이 회장은 “꿈을 가지면 실현이 되는 것 같다”면서 “평생 골프 관련 사업 한우물만 파왔던 것처럼, 이제 우리 골프장을 세계적 골프장으로 만드는 것이 남편과 함께 일궈갈 새로운 꿈”이라고 말했다.

    • [달리는 여성CEO] 프로골퍼의 아내로서 골프용품 전문점을 열어 성공한 (주)그린골프프라자 이경숙 대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종찬 객원기자 ojc197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