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서관 출신 신임 차관들에 당부…공직사회 일신 강조 “복지부동하며 정권 교체 기다리는 공무원은 국회로 가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차관 내정자들에게 “저에게 충성하지 마시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십시오”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인사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 차관 내정자 5명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 이렇게 당부했다고 복수의 참석자 전언을 통해 연합뉴스가 2일 전했다. 고위 공직자로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근간이 되는 헌법 정신 수호에 힘을 쏟아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주문은 윤 대통령의 지난 2013년 발언을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은 그 해 10월 12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조직을 사랑하지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밝혀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차관 내정자들에게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과감한 인사 결정을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물을 발탁함으로써 전체 공직 사회가 일신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앞서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이 “부패한 이권 카르텔과 손잡는 공직자들은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지난달 2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 각 부처는 이번 차관 교체 이후 고위공무원단을 중심으로 대규모 내부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인사에 앞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업무 평가 등을 기준으로 상당수 1급 실장들이 물갈이되고, 2급 국장과 3·4급 과장도 연달아 승진·전보 발령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오는 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관급 13명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직접 주재한다. 대통령실은 차관 차출로 공석이 된 비서관 5명의 후임 인선을 이번주 초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