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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

[김형석 칼럼]정당정치의 기대와 희망까지 사라지고 있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23-06-02 03:00업데이트 2023-06-02 04:26
국가 질서 파괴해도 법적 책임 묻기 힘든 현실
文 정부 병폐, 치유하기보다 부추기는 민주당
反민주적 행태 계승하면 비판 피할 수 없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얼마 안 되는 경제적 부정으로 감옥에 갔는데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천문학적 손실을 국가에 남겨 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이 성공적이었다고 국민의 칭찬을 끌어내려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경우도 그렇다. 최모 여인과 가족에 대한 특혜와 작은 비리로 국민의 질타를 받고 수감 생활을 했다. 그에 비하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고 당 대표가 된 이재명이 경기도지사 재임 기간에 보여 준 사회경제적 부조리는 견줄 바가 아닌데, 나는 단돈 일 원도 받은 적이 없다는 발언을 할 수 있는가라는 얘기들이다.

그들도 감옥에 가야 한다든지, 왜 책임을 묻지 않느냐는 불평이 아니다. 어떻게 그런 현실이 사회적 상식이 되어 가는지 모르겠다는 우려와 걱정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법조계 사람들은 어떤 일을 위법으로 하면 처벌될 수 있으나, 그보다 큰일을 저질러도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자신은 불법을 면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필요한 권리는 자신이 차지하고 뒤따르는 의무와 책임은 동료나 부하들에게 전가한다. 정치자금이나 필요한 지원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받을 수 있게 먼저 처리하는 길을 택하곤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소한 법적 위법은 증거가 있으나, 큰 경제질서의 파괴는 정치적 범악이기 때문에 법과 정치가 문제 삼기 어렵거나 책임을 물을 법규 밖으로 밀려난다. 법은 개인이나 작은 집단을 심판 처리할 수 있어도, 국가나 사회적 질서 파괴의 영역을 담당할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국민과 역사가 원전 비리와 경제적 손실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관은 성장주도 소득 정책으로 성공했다. 지금은 소득주도성장 같은 무지에서 오는 정책을 수용 계승하는 자유국가는 없다. 민주당도 정부의 정책을 거부했기 때문에 비(非)문 세력이었던 이재명이 대선 후보가 되었으나, 국민은 ‘국민의힘’ 정부를 선택하지 않았는가.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비판과 동정으로 바뀌고 있다. 민주당은 진보를 운운할 자격이 없을 정도로 도덕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지금은 정당이 필요악의 정치 주체가 되었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묻는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업적을 남겼기에 ‘우리가 애써 쌓아 올린 업적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두 무너져 버렸다. 다시 우리가 집권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가라고. 그에 대한 믿을 만한 해답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실패했고, 현재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가 남겨 준 정치 사회적 병폐를 치유해 주기보다 더 부추기고 있다. 문 정권의 과거를 연장하고 싶은 욕망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왜 실패했는가. 21세기 초반을 맞고 있는 정치 현실을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반에 성행했던 후진국과 공산국가 이념에 융합시키거나 그 이념에 맞추어 가려는 방향과 노선을 택했다. 북한과의 관계가 작용했고 중국의 위상과 비슷한 정치 방향이 북한과의 공존과 평화를 위하는 길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 결과는 무엇을 남겼는가. 국민을 위한 국민으로부터의 정치와는 반대로 이념을 위한 정권으로 변신했고 법치국가의 정도를 이탈했다. 민의(民意)보다 이념을 앞세우는 정권을 위한 정치의 과정을 택했다. 우리의 정치이념만이 국민 복지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믿은 것이다. 386에서 586으로 이어진 운동권의 정치 방향을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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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이라는 개념을 선도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다. 민주주의는 대화에서 개선 그리고 개혁으로 가는 길이다. 투쟁에서 혁명을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선택이었다. 그 실천 개념으로 나온 것이 적폐 청산이다. 과거를 모두 부정하고 국제적 협력을 단절시키면서 우리의 길을 택한다는 신념이다. 세계사를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가 거부해 온 노선이다. 그런 5년을 보냈기에 대한민국의 처지에서는 무엇을 건설했고 무엇을 남겼는가를 묻게 된다. 모든 방향이 다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방법과 과정이 비(非)·반(反)민주적이었다는 뜻이다. 그 방향과 방법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민주당이라면 국민의 정상적인 비판과 판단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지도자는 자기 잘못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하고, 정치인들은 항상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의 기대를 위해서라도.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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