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4강에 오른 한국 축구 대표팀에 대해 쓴 외신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90분을 쉬지 않고 뛰는 한국 선수들은 월드컵 정신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한국 대표팀은 세계의 강호들에 기술로 밀렸지만 그 대신 끈질긴 열정으로 맞섰다. 몸값 비싼 선수들이 다칠까 봐 몸을 사릴 때, 우리 선수들은 이마가 찢어지면 붕대를 했고 코뼈가 부러지면 안면 보호대를 쓰고서 그라운드에 섰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서 한국 팀은 유효 슛을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았다. 많은 축구팬이 오히려 “손에 땀을 쥐고 몰입했다”고 했다. 한국 팀은 기술 우위인 우루과이를 쉼 없이 압박했다. 가나전에선 비록 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 두 골을 넣었다. 그 두 골 덕에 조별 리그 최종 순위에서 우루과이를 제칠 수 있었다.
▶포르투갈과의 3차전 때는 한국이 속한 H조 실시간 순위 그래프가 TV에 떴다. 전반 5분 한 골을 내주자 한국 팀 순위가 주저앉았다. 후반 45분 끝날 때까지 꼴찌였다. ‘역전의 1분’ 드라마가 후반 추가 시간에 펼쳐졌다. 손흥민은 마스크를 쓰고 70m를 질주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임을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한 축구팬은 “영화를 이렇게 만들면 너무 극적이라고 욕먹었을 것”이란 댓글을 달았다.
▶한국이 포르투갈에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로이터는 “손흥민은 한국이 준결승에 올랐던 2002년 월드컵 정신을 소환했다”며 “한국인 특유의 끈질긴 에너지로 유감 없는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도 “한국 팀이 나쁜 스타트를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았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한국 근대사도 그랬다. 식민 지배와 전쟁이라는 나쁜 스타트를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향해 끈질기게 달려온 불굴의 역사였다.
▶프로게이머 데프트(김혁규)가 지난달 전 세계 2억7000만명이 지켜보는 롤 게임 세계 대항전에서 우승했다. 7전 8기 끝에 정상에 올라 언더도그(약자) 승리의 상징이 됐다. 데프트는 본지 인터뷰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을 그 비결로 꼽았다. “외부에서 무슨 말을 하든 우리끼리만 안 무너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수천년 패배 의식에 빠져 있던 우리가 이처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도전하고 성취하는 민족으로 거듭났다. 대한민국 축구 팀도 첫 두 경기의 좌절을 딛고 조별 리그를 통과했다. 화요일 새벽,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우리의 끈질긴 에너지를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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