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명수 대법원장은 민주당이 임성근 판사를 탄핵할 수 있도록 그의 사표를 일부러 수리하지 않았다. 대법원장이 정치를 한 것이다. 그는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이 최근 이 수사를 재개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그는 부인하는 취지의 문서를 국회에 보내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도 고발됐다. 검찰은 문재인 정권 시절엔 이 수사를 뭉갰다. 검찰도 뒤늦은 수사를 부끄러워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대법원장이 거짓말로 수사를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치욕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외에도 공관 리모델링 과정에서 4억7000만원을 다른 예산에서 무단으로 끌어다 쓴 게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업무상 횡령 혐의로도 고발돼 있다. 또 기업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그 기업 변호사인 김 대법원장 며느리가 회사 동료를 대법원장 공관에 초청해 만찬을 했다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발돼 있다. 이 중 어느 한 사건이라도 기소된다면 현직 대법원장이 재판을 받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해외 토픽에 나올 일이다.
보통 이 지경이 되면 일반 판사도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거짓말을 가려내는 판사가 거짓말을 했다고 재판을 받게 되면 그 상황을 견딜 수 없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하고도 버티고 있다. 그는 거짓말이 드러난 뒤 짤막한 사과만 했을 뿐 거취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임 판사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을 때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부에 새로운 제도와 문화가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내고 견고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재임 5년간 우리법·인권법 등 특정 성향 판사들이 법원 요직을 차지했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문재인 정권의 범법 재판은 줄줄이 연기됐다. 대장동 사건에선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까지 제기됐다. 대법원과 법원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법원이 발전했다고 자화자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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