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주 기자기자
애플·인텔·엔비디아·AMD 등 반도체 주문량 축소
"삼성전자, 실적 방어 위해 원가 절감 가능성"
PC용 D램의 경우 3분기에 5~10%가량 가격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서버용 D램 가격도 재고 압박을 받으면서 3분기 5~10%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모바일 D램 가격 역시 3분기에 하락폭이 8~13%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D램 시장의 전반적 가격 하락 폭이 기존 관측(3~8%)보다 더 큰 수준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 매체는 또 코로나19 당시 수요가 폭발했던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기기 판매가 줄고 지난 5월 한국형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UST·루나 폭락에서 시작된 암호화폐 시장 혼란이 반도체 시장에 타격을 줬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크게 늘었던 IT 기기의 판매가 줄어드는 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이 3억1000만대로 전년 대비 9.5% 감소해 모든 IT 기기 중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 달 전 시장조사업체 IDC가 내놓은 전망치와 비교하면 1100만대 이상 줄어든 것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을 전년보다 3% 줄어든 13억5700만대로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9600만대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1억대 미만을 기록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최근 TSMC의 3대 고객사인 애플, 엔비디아, AMD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축소하거나 납기일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TSMC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오는 10월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선보일 '아이폰 14' 시리즈 목표 출하량을 전작보다 10% 줄인 9000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AMD도 오는 4분기와 내년 1분기 생산이 예정된 6·7나노 칩 주문량을 약 2만 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AMD는 고성능 가속처리장치(A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탑재할 칩 대부분을 TSMC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엔비디아도 주문량을 조정하기 위해 TSMC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지난해 4분기 선제적 파운드리 물량 확보를 위해 TSMC에 거액의 선불금을 지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고회전일수는 보유 중인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기간이 짧을수록 제조사는 비용 부담이 적다. 제조사는 평균 70~80일, 유통회사는 평균 50~60일의 재고회전일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49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3775억원) 대비 53.9%나 늘었다. 그중 조립이 완료된 제품이나 상품이 14조6929억원어치에 달한다. 재고가 늘면서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 업체에도 물량 조절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은 이미 올 상반기에 예상이 됐던 사안이다. '연착륙'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하반기 실적 방어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원가 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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