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새 정부는 연금 개혁을 노동·교육 개혁과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3대 선행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연금 개혁을 논의할 사회적 대타협 기구인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한 것은 지금 제도가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는 구조인 데다 저출산·고령화라는 큰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2007년 마지막으로 고친 틀을 15년째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출생아 수는 2007년 49만7000명에서 지난해 26만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2007년 476만명에서 지난해 말 857만명으로 늘었다. 앞으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절반으로 줄고 연금을 받을 사람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042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쯤에는 기금이 바닥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이미 나와 있다. 이조차 합계출산율을 1.32~1.38명 정도로 낙관적으로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거나 수령액을 줄이는 등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는 제도 개혁을 했다. 모두 인기 없는 조치였지만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만은 집권 5년 내내 연금 개혁을 외면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와 복지부가 개혁 방안을 보고하자 걷어차고 복지부 공무원들을 탄압하기까지 했다. 매년 수조원을 국고에서 지원하는 공무원·군인연금과 사학연금도 손대지 않았다. 그만큼 젊은 세대의 부담을 늘려 놓은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6일 자 본지 인터뷰에서 “현 세대에서 연금을 제대로 개혁하지 않으면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MZ 세대가 성장해서 노후 세대에 대한 연금 지급을 끊어버리는 ‘연금 고려장’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리스가 2008년 재정 파탄으로 연금액을 대폭 삭감한 사례가 있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고령화 국가인 한국에서 그런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해 올해 정기국회에서 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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