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06 19:00:00 수정 : 2022-06-07 04:05:56
전자, 호실적 기대에도 증권가 목표가 지속 하락
“우려 불식되는 시점에 주가 의미 있는 반등할 것”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스1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삼성그룹의 시가 총액이 5개월 만에 88조원가량 증발했다. 삼성그룹 소속 종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10만 전자’를 눈 앞에 뒀다던 삼성전자 주가는 연이은 호실적에도 지속 하락해 지난 4월 이후 6만원대에 머무는 중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에 삼성전자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88조원, SK 37조원, 카카오 34조원 등 시총 크게 줄어
6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삼성그룹 23개 종목의 시총은 641조957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30일 기준 시총이 729조8448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87조8873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월말 기준 삼성그룹 시총은 지난 1월부터 5개월 연속 내림세다. 올해 1월 말 672조5676억원으로 전월 대비 급감한 삼성그룹 시총은 2월 666조1128억원, 3월 658조9734억원, 4월 649조6547억원, 5월 648조9077억원으로 계속 하락했다. 지난달 12일에는 622조2107억원으로 내려앉으며 2020년 11월17일(621조2598억원) 이후 1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월 11일(825조77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203조5593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33.1%에서 꾸준히 줄면서 지난 3일에는 30.7%로 2.4%포인트 감소했다.
이처럼 그룹 시총이 줄어든 것에는 그룹 소속 종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12월 7만83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3일 6만6800원으로 14.7% 하락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시총은 68조6525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우선주(-15.4%·9조517억원), 삼성SDI(-13.1%·5조9137억원), 삼성에스디에스(-6.4%·7737억원), 삼성전기(-24.3%·3조5853억원) 등도 동반 하락하며 시총 감소에 일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시의 핵심 종목인 SK와 카카오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며 시총이 크게 감소했다. 시총 3위인 SK 그룹의 25개 종목 시총은 지난 3일 기준 175조4456억원으로, 지난해 말(212조1615억원)보다 36조7159억 줄었다. SK하이닉스(-18.3%·17조4721억원), SK이노베이션(-5.5%·1조2021억원) 등의 주가가 하락하며 그룹 시총이 왜소해졌다. 같은 기간 카카오 그룹도 109조1323억원에서 75조3977억원으로 33조7346억원 줄었다. 대표 종목인 카카오(-23.8%·12조924억원)와 카카오뱅크(-30.3%·8조4364억원), 카카오페이(-38.4%·8조7719억원) 등의 낙폭이 모두 컸다.
가라앉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중앙은행의 공격적 긴축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악재가 뒤얽히며 국내 증시는 움츠러들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거시 경제 환경이 부침을 거듭할 것이라면서도, 상반기에 과도하게 반영됐던 공포 심리가 완화하며 주가가 일부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및 유가가 이미 고점을 기록했다는 평가가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 봉쇄에 대한 우려도 일정 부분 완화하고 있다”며 “과거 주식시장은 고점 대비 20% 하락한 이후 60일 이내에 하락 폭의 40∼50%를 되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증시는 상반기에 전쟁, 물가, 긴축이라는 3가지 위협에 내성을 키워오면서 가격 조정을 충분히 거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제와 방역을 고려한 코로나의 엔데믹(풍토병) 전환이 투자 회복과 고용 증대,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는 기대가 커질수록 증시도 반등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오는 11월8일로 예정된 미국 중간 선거로 인해 4분기에는 단기적인 변동성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증권가, 삼성전자 목표가 평균 9만3100원…1년 사이 9% 낮춰
증권가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지속해서 낮추고 있다. 실적 전망치가 갈수록 상향 조정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적정주가)의 평균은 9만3100원이다. 작년 6월 말 목표주가 평균치인 10만2524원과 비교하면 약 1년 사이 9% 이상 낮아졌다. 올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지난 2월(매월 말 기준) 9만9909원으로 ‘10만전자’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였으나 이후 3월 9만8667원, 4월 9만4000원, 5월 9만3100원으로 낮아졌다. 삼성전자 실제 주가는 작년 1월 사상 처음으로 9만원을 돌파했으나 이후 하락과 정체, 소폭 반등을 반복하다 지난 4월 이후로는 6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지난 2일 현재 63조7000억원이다. 6개월 전(55조원), 3개월 전(58조7000억원), 1개월 전(63조원)과 비교하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 전망치 역시 6개월 전 300조원, 3개월 전 312조9000억원, 1개월 전 325조원에서 현재 325조7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실적 전망과 주가 목표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원인으로는 삼성전자 역시 다른 기업들처럼 글로벌 긴축 기조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을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올라가면 미래가치에 대한 할인이 커지니까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떨어지는 게 정상”이라며 “삼성전자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2분기와 올해 연간 호실적 전망에도 하반기에는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밸류에이션 할인 요소로 작용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이후 실적부터는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기 때문에 목표주가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소비자 수요에 연동되는 제품이 많다 보니 지금 실적은 괜찮지만 향후 실적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시각이 밸류에이션 할인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 이후 실적에 대해 시장이 확신을 못 하고 있다”며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크고 노트북과 스마트폰 수요에 대한 불안감이 큰데, 이런 우려가 불식된다는 것이 확인되는 시점에 주가는 의미 있는 반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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