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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총장은 부하 아니다" 尹명장면 이끌다…'용산' 설계자 윤한홍 [尹의 사람들]

"총장은 부하 아니다" 尹명장면 이끌다…'용산' 설계자 윤한홍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2022.03.22 05:00

업데이트 2022.03.22 09:19

지면보기지면 정보

지난해 12월 6일 오전 10시 무렵 서울 송파구의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대위 출범식을 4시간가량 앞두고 예행연습을 진두지휘하던 한 남성이 있었다. 텅 빈 내빈석을 홀로 뛰어다니며 무대 위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함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3인방 중 한명으로 꼽히는 재선 윤한홍 의원이었다.

尹 “법무장관 부하 아니다” 발언 끌어낸 윤한홍  

지난해 10월 25일 국회에서 '대장동 부동산 게이트'와 관련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 등 여섯명의 의원들의 개회 요구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법사위 활동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임현동 기자

윤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알게 된 건 2019년이다. 당시 야당 국회 사법개혁특위 간사이던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당선인과 안면을 텄다. 이후 윤 의원은 야당 법사위원을 맡아 윤 당선인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윤 의원은 당시 윤 당선인과 번번이 갈등을 빚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저격수로 유명했다. 2020년 7월 국회 법사위에서 윤 의원이 고기영 서울동부지검장의 법무부 차관 승진 인사에 대해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수사 무마 때문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추 장관은 혼잣말로 “소설을 쓰시네”라고 했다. 당시 추 장관의 발언은 켜져 있는 마이크를 통해 회의장에 울려 퍼졌고, 이에 윤 의원은 “국회의원이 소설가냐”라고 응수해 회의장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석 달 뒤인 같은 해 10월 대검찰청 국감장에서 마주한 윤 의원과 윤 당선인의 질의응답은 역대 국감 명장면 중 하나로 정치권에서 회자한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대한 생각을 묻는 윤 의원의 질의에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윤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ㆍ여당의 독주를 제1야당(미래통합당)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홀로 사실상의 야당 역할을 했다”며 “윤 당선인이 ‘정권교체의 적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싹트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캠프선 ‘중윤(中尹)’ 지칭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누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검찰 고위 간부와 법사위원이라는 ‘가깝고도 먼’ 관계였던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뒤 조금씩 가까워졌다. 윤 의원은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권성동 의원,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등과 의기투합하며 ‘제3지대행’을 고민하던 윤 당선인의 발길을 국민의힘으로 이끄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장 실장과 함께 경선 초기의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현역 의원 2명 중 한명이기도 하다. 장 실장이 종합상황실장을, 윤 의원이 부실장을 맡았다. 그러다 윤 의원은 장 실장이 아들의 음주사고 문제로 중도하차하자 상황실장을 맡았다. 당시 경선이 홍준표 의원과의 경합 양상으로 흐르자 상당수의 당내 현역 의원들이 ‘중립’을 내세우며 윤 당선인 캠프 합류에 주저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윤 당선인에게로 돌리게 한 것도 윤 의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고 당시 캠프 관계자가 전했다.

경선 승리 이후 윤 의원은 당 전략기획부총장을 맡았다. 경선 때는 합류를 주저했던 의원들이 선대위 출범 뒤엔 "주요 역할을 달라"고 연락하는 일이 잦았다. 이에 사무총장이던 권 의원과 윤 의원은 선대위 내 직책을 대거 늘렸는데, 이는 되레 ‘윤핵관’에 대한 공격 포인트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집무실 조감도 오른쪽에 선 사람이 '청와대 이전 TF' 팀장인 윤한홍 의원이다. 뉴스1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당 대표 등이 ‘선대위 비대화’를 꼬집으며 비판했고, 이에 두 사람은 당직을 던지고 백의종군을 선택했다. 스스로 물러난 윤 의원을 붙잡은 건 윤 당선인이었다. 윤 당선인의 요청에 그는 지난 2일 마지막 대선 후보 TV토론 때까지 ‘토론팀장’을 맡았다.

캠프 실무자들은 윤 당선인을 ‘대윤(大尹)’으로, 당선인과 같은 성을 가진 윤 의원, 윤재옥 상황실장은 각각 ‘중윤(中尹)’ ‘소윤(小尹)’으로 지칭했다고 한다. 한 캠프 관계자는 “3선인 윤재옥 의원보다 재선인 윤 의원을 ‘중윤’이라고 높여 지칭한 건 그의 캠프 내 입지가 상당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용산시대' 설계자, 경남지사 출마 가능성

‘윤핵관’들은 캠프 내 ‘강경파’라는 인상이 짙지만 당시 캠프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들이 캠프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12월 초 선대위 구성에 반발한 이준석 대표가 지방을 떠돌던 당시, 윤 당선인에게 이 대표를 설득하라며 ‘울산행’을 권한 것 역시 윤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의 공이 컸다는 것이다.

15일 오후 국방부 청사(왼쪽 사진)와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유력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집무실 후보지들을 둘러보기 위해 국방부를 방문, 출입절차를 위해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행정고시 출신인 윤 의원은 서울시에 근무하던 2008년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당시 인수위에 참여해 서울 한 호텔에서 인사 관련 실무 작업을 담당했다. 이후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 행정자치비서관 등을 지내 청와대 관련 사정에 밝다. 대선 승리 이후 그가 맡은 미션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비롯한 청와대 개혁 업무다. 윤 당선인이 공약했던 ‘광화문 시대’를 경호 등의 문제로 ‘용산 시대’로 바꾼 이가 바로 윤 의원이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윤 당선인을 도운 목적은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한 것이었다”며 “목표를 이뤘으니 더는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창원 마산회원이 지역구인 윤 의원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