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은 부하 아니다" 尹명장면 이끌다…'용산' 설계자 윤한홍 [尹의 사람들]
지난해 12월 6일 오전 10시 무렵 서울 송파구의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대위 출범식을 4시간가량 앞두고 예행연습을 진두지휘하던 한 남성이 있었다. 텅 빈 내빈석을 홀로 뛰어다니며 무대 위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함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3인방 중 한명으로 꼽히는 재선 윤한홍 의원이었다.
尹 “법무장관 부하 아니다” 발언 끌어낸 윤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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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5일 국회에서 '대장동 부동산 게이트'와 관련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 등 여섯명의 의원들의 개회 요구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법사위 활동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임현동 기자
윤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알게 된 건 2019년이다. 당시 야당 국회 사법개혁특위 간사이던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당선인과 안면을 텄다. 이후 윤 의원은 야당 법사위원을 맡아 윤 당선인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윤 의원은 당시 윤 당선인과 번번이 갈등을 빚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저격수로 유명했다. 2020년 7월 국회 법사위에서 윤 의원이 고기영 서울동부지검장의 법무부 차관 승진 인사에 대해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수사 무마 때문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추 장관은 혼잣말로 “소설을 쓰시네”라고 했다. 당시 추 장관의 발언은 켜져 있는 마이크를 통해 회의장에 울려 퍼졌고, 이에 윤 의원은 “국회의원이 소설가냐”라고 응수해 회의장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석 달 뒤인 같은 해 10월 대검찰청 국감장에서 마주한 윤 의원과 윤 당선인의 질의응답은 역대 국감 명장면 중 하나로 정치권에서 회자한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대한 생각을 묻는 윤 의원의 질의에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윤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ㆍ여당의 독주를 제1야당(미래통합당)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홀로 사실상의 야당 역할을 했다”며 “윤 당선인이 ‘정권교체의 적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싹트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캠프선 ‘중윤(中尹)’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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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누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검찰 고위 간부와 법사위원이라는 ‘가깝고도 먼’ 관계였던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뒤 조금씩 가까워졌다. 윤 의원은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권성동 의원,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등과 의기투합하며 ‘제3지대행’을 고민하던 윤 당선인의 발길을 국민의힘으로 이끄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장 실장과 함께 경선 초기의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현역 의원 2명 중 한명이기도 하다. 장 실장이 종합상황실장을, 윤 의원이 부실장을 맡았다. 그러다 윤 의원은 장 실장이 아들의 음주사고 문제로 중도하차하자 상황실장을 맡았다. 당시 경선이 홍준표 의원과의 경합 양상으로 흐르자 상당수의 당내 현역 의원들이 ‘중립’을 내세우며 윤 당선인 캠프 합류에 주저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윤 당선인에게로 돌리게 한 것도 윤 의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고 당시 캠프 관계자가 전했다.
경선 승리 이후 윤 의원은 당 전략기획부총장을 맡았다. 경선 때는 합류를 주저했던 의원들이 선대위 출범 뒤엔 "주요 역할을 달라"고 연락하는 일이 잦았다. 이에 사무총장이던 권 의원과 윤 의원은 선대위 내 직책을 대거 늘렸는데, 이는 되레 ‘윤핵관’에 대한 공격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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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집무실 조감도 오른쪽에 선 사람이 '청와대 이전 TF' 팀장인 윤한홍 의원이다. 뉴스1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당 대표 등이 ‘선대위 비대화’를 꼬집으며 비판했고, 이에 두 사람은 당직을 던지고 백의종군을 선택했다. 스스로 물러난 윤 의원을 붙잡은 건 윤 당선인이었다. 윤 당선인의 요청에 그는 지난 2일 마지막 대선 후보 TV토론 때까지 ‘토론팀장’을 맡았다.
캠프 실무자들은 윤 당선인을 ‘대윤(大尹)’으로, 당선인과 같은 성을 가진 윤 의원, 윤재옥 상황실장은 각각 ‘중윤(中尹)’ ‘소윤(小尹)’으로 지칭했다고 한다. 한 캠프 관계자는 “3선인 윤재옥 의원보다 재선인 윤 의원을 ‘중윤’이라고 높여 지칭한 건 그의 캠프 내 입지가 상당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용산시대' 설계자, 경남지사 출마 가능성
‘윤핵관’들은 캠프 내 ‘강경파’라는 인상이 짙지만 당시 캠프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들이 캠프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12월 초 선대위 구성에 반발한 이준석 대표가 지방을 떠돌던 당시, 윤 당선인에게 이 대표를 설득하라며 ‘울산행’을 권한 것 역시 윤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의 공이 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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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국방부 청사(왼쪽 사진)와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유력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집무실 후보지들을 둘러보기 위해 국방부를 방문, 출입절차를 위해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행정고시 출신인 윤 의원은 서울시에 근무하던 2008년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당시 인수위에 참여해 서울 한 호텔에서 인사 관련 실무 작업을 담당했다. 이후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 행정자치비서관 등을 지내 청와대 관련 사정에 밝다. 대선 승리 이후 그가 맡은 미션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비롯한 청와대 개혁 업무다. 윤 당선인이 공약했던 ‘광화문 시대’를 경호 등의 문제로 ‘용산 시대’로 바꾼 이가 바로 윤 의원이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윤 당선인을 도운 목적은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한 것이었다”며 “목표를 이뤘으니 더는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창원 마산회원이 지역구인 윤 의원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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