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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文대통령, 재정 너무 써…후임자가 세금 줄이기 어렵다”

 

“文대통령, 재정 너무 써…후임자가 세금 줄이기 어렵다”

[김기훈의 경제TalkTalk] 노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 부원장 ①/②

입력 2022.02.22 13:06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중에 재정지출을 많이 했다. 그 바람에 후임 대통령들이 국가 빚을 갚기 위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월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뉴시스

20대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달아 오르면서 대선 후보들이 국민들에게 풍성한 장밋빛 경제공약을 선물하고 있다. 경제공약들은 주로 국민들이 받을 혜택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실현하는 동안 국민들은 세금을 내 그 재원을 마련해 줘야 한다. 각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장밋빛 비전은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어떻게 바꿀까? 어느 후보가 당선되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까? 또 예전과 같은 세금을 내더라도 정부에서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대선 후 국민들의 세금 부담 변화를 전망하기 위해 노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 부원장을 만나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살림살이, 즉 재정 수입과 지출은 기획재정부에서 담당하는데, 기획재정부는 국세청의 세금징수 실적과, 국책연구소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와 건의를 정책결정의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는다. 지난 2월 1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사무실에서 노 전 부원장과 마주 앉았다. 양복과 넥타이 대신, 20~30대처럼 평상복 차림에 백팩을 매고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는 바람에 바로 앞에 다가올 때까지 알아보지 못했다.

노 전 부원장은 “정부의 씀씀이는 일단 커지면 국민들이 그 혜택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줄이기 쉽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동안에 워낙 많은 재정자금을 쓴 탓에 후임 대통령도 그만한 수준의 지출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어떤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지금보다 줄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근로소득에 대해 매기는 소득 관련 세금 보다는 보유한 재산에 대해 부과하는 자산 관련 세금을 더 걷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41년간 주택시장과 부동산 세제 연구

—전공 분야는?

“1981년 서울대 석사과정과 미국 컬럼비아 대학 박사과정에서 주택도시경제학을 전공했다. 박사학위 논문의 제목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주택수요 및 점유행태 분석’이었다. 주택시장에 관해 연구를 시작한 지 벌써 41년이나 됐다. 이후 1993년 한국조세연구원(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들어가서 2017년말 퇴직할 때까지 24년간 조세정책을 연구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재정과 조세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사진은 세종시에 있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건물./조세재정연구원

—조세 정책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 주로 어떤 부문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나?

“재산 및 자산 과세이다. 부동산 문제와 자산의 양도소득세를 주로 다뤘다. 그 밖에 개인소득세, 국제조세도 연구를 했다.”

40년이 넘도록 주로 주택 문제와 부동산 재산세에 관한 연구를 했다는 노 전 부원장의 말을 듣고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부동산 세금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인터뷰의 큰 주제인 새 대통령 취임 후 국민들의 전반적인 조세 부담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중심으로 물어봤다.

세금 줄일 수 없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국민들은 세금 부담이 커져서 불만이 많았다. 조세 저항이 일어나기도 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세금을 좀 적게 걷을까?

“대선 후보들은 모두 세금으로 국민들을 더 이상 못살게 굴지는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에 당선 되더라도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줄지는 않을 것 같다.”

—왜 그런가?

“대한민국의 주어진 여건을 보면 그렇다. 새로운 대통령이 올해 5월에 취임해도 바뀌지 않을 환경 요인들이 있다. 먼저 글로벌 거시경제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맞서 금리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정치 지형도 현재 172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이 2024년 4월 총선전까지 존재하게 된다. 올해 6월에는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있고, 2024년에는 총선이 있다.”

노 전 부원장이 가방에 넣어 온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논문 정기간행물들을 꺼내 예전에 자신이 쓴 글을 펼쳐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이것 외에도 바뀌지 않는 사항이 더 있다. 인구구조적인 측면이다. 즉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도 바뀌지 않는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이다. 이 비율이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가 된다. 내가 2014년 조세재정연구원에서 ‘고령화에 따른 주택시장 변화’ 연구보고서를 낼 때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비율이 14%가 넘는 시기가 2018년쯤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1~2년 먼저 왔다. 지금 2030년이 되면 50세 이상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때는 당연히 초고령화사회가 된다. 젊은 생산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부양을 받아야 하는 노령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경제성장률이 점점 하락하게 된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추세는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바뀌지 않는다.”

금리 인상 시기에는 이자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재정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은 전세계 통화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지난 1월 26일 미국 워싱턴 D.C.의 연준 본부에서 화상 연설로 오는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모습./미국 연준
노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 부원장은 자신이 만든 인구구조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젊은 생산연령의 인구(그래프 왼쪽)가 점점 감소해 고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국채 발행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세금 부담도 줄어들기 힘들다고 예상했다./김기훈 기자

—이러한 요인들이 새 대통령 취임 후 실행할 조세·재정 정책과 어떻게 연결되나?

“이런 외부 환경 속에서 지난 수년간 정부의 채무가 많이 늘었다. 정부의 채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지금은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이어서 재정학자들은 매우 우려하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정부가 빚을 내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국가부도를 걱정해야 한다. 빚 갚기 위한 빚을 더 내기도 쉽지 않다. 국내에서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 금리가 올라가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대외신인도 문제 때문에 국채 발행을 남발하기 어렵다.

만약 경제가 좋아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높으면 정부가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부채관리를 하기 쉽다. 그러나 인구구조상 앞으로 GDP 성장률이 높아지기는 쉽지 않다. 이런 요인 때문에 국채 시장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추가자금 조달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늘어나는 이자를 갚으려면 세금을 더 걷을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지금보다 줄지 않는다는 뜻이다.”

줄이기 어려운 정부 지출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면 되지 않나?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정권 인수위에서 정부의 예산을 완전히 새로 짜는 개혁을 통해 정부 지출을 전반적으로 줄이는 계획을 짠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취임 후 성과가 없었다. 정부 예산에 비효율적인 지출이 많았지만 지출구조 조정을 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올해 예산을 짤 때 작년 예산에서 약간씩 늘리거나 줄이는 미세 조정은 하지만 각 부처의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 통째로 바꾸는 대개혁은 하지 못한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예산과 인력이 줄어들 경우 전쟁을 해서라도 지키려고 한다. 예산과 인력이 줄어드는 부서의 장관은 직원들의 존경을 받지 못한다. 그만큼 일단 지출이 시작된 정부의 예산은 줄이기 어렵다. 더구나 어떤 대선 후보는 ‘정부는 원래 돈이 많은 곳’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정부의 예산 지출과 조세 수입을 책임지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지난 2월 21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수정안을 제안설명하고 있다./뉴스1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후임 대통령이 그 후폭풍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문 대통령 때 재정자금을 너무 많이 썼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의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팔랐다.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국채 발행의 후유증

노 전 부원장은 이 대목에서 문 대통령의 과다한 국채 발행이 가져오는 후유증을 가늠해볼 수 있는 본인의 체험을 이야기했다.

“정부가 국채를 많이 발행하게 되면 결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한달반쯤 전에 등기소에 일이 있어서 갔는데 국민주택채권과 지하철공채를 700만원 어치 사는 비용(채권할인금리)으로 40만원을 내야 했다. 최근에는 이 비용이 56만원으로 올랐다. 한달반 사이에 채권가격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국민주택채권의 금리가 대폭 올랐다는 것은 정부가 앞으로 국채를 발행할 때 비용이 높아져 재정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새 대통령이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려고 한다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시중 금리가 다 뛰면서 서민 생활은 피폐해진다.”

재정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채를 너무 많이 발행하는 바람에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금리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한국은행

—그러나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금리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면 되지 않나?

“꼭 그렇게 되지 않는다. 2년전에 국고채 펀드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다. 당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 확실해 보였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이니 금리를 낮추면 채권 가격이 올라간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만기 3년 이상의 중장기 국고채 금리에는 영향을 못미쳤다. 예상과 달리 중장기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

중앙은행 금리 정책은 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국고채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해 국채를 마구 발행할 경우 한은이 금리 안정을 시도해도 시중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이재명 후보의 조세정책 방향

이야기의 초점을 대선 후보들의 당선 후 조세 정책으로 점점 좁혀가기로 했다.

—대선 후보들이 당선되고 나면 조세 체계는 전반적으로 어떻게 바뀔까?

“대선 후보들이 조세 체계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바꾸겠다는 조세개혁적 차원의 이야기는 없다. 사회적 이슈가 되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부분만 땜질 식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보유세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 것은 부동산 기준 가격의 평가와 관련된 사항이라고 보고 공시지가나 공정시장가액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또 노년층은 소득도 없는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세금 부담이 커지니 주택을 팔 때까지 세금 부과를 미루어주는 과세이연 이야기 정도가 나오고 있다. 시스템 전반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없다.”

—조세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제공약 가운데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가?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고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을 복지후생계획(entitlement program)으로 도입하겠다는 공약이다. 아주 상세하게 실행에 옮길만큼 구체화되어 발표되지는 않은 것 같다. 기본 철학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났다면 나라에서 월 1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생활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