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내 식생활의 점수
입력 : 2022-01-21 04:06
나의 식생활에 점수를 매길 수 있다면 몇 점을 매겨야 할까? 일단 50점 주겠다. 다른 생명을 위해, 지구를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육식을 지양하는 삶을 선택한 지 햇수로 4년 차가 되어 가는데, 이 선택은 내 인생의 여러 선택 중 정말 잘했다 싶은 것 중 하나다. 그 선택에 통 큰 평가를 주고 싶다.
또한 나는 식재료를 온라인으로 주문하지 않는다. 집 근처 마트나 시장에 가서 가능한 한 탄소발자국이 적은 국내산으로 구매하려 노력한다. 그러한 소비 방식의 선택에도 10점을 주고 싶다. 자 이제 60점.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어째 더 나아가지 못한다.
사람의 몸은 채식만 한다고 건강해지지도, 육식만 한다고 허약해지지도 않는다. 얼마나 균형 잡힌 식단으로 어떻게 잘 챙겨 먹느냐가 실은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관건인 영역에 진입하면 기껏 매겨진 내 60점의 점수가 되레 깎여야 할 상황이다. 툭하면 끼니를 넘기고 늘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분식주의자처럼 먹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에 회의감이 들 때마다 요리책을 본다. 최근에는 ‘오늘부터 우리는 비건 집밥’이라는 요리책을 열심히 보고 있다. 며칠 전 그 책에 나온 한 요리를 따라 해 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채수. 야채와 해조류만으로 만들어내는 밑 국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였다. 먼저, 파와 양파를 에어프라이어에 오랫동안 굽고, 뒤이어 무와 건표고, 청양고추, 다시마 등과 함께 한 시간 반 동안 푹 끓여내야 한다. 아무 약속도 일도 없던 어느 날, 조조 영화를 보고 장을 본 뒤 집에 돌아와 종일 채수를 우려냈다. 구룩구룩 차분하게 끓고 있는 냄비 옆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가 완성된 채수를 먹어 보았다. 잘 우러난 채수에서는 어묵 국물 맛이 난다고 책에 쓰여 있었는데 정말 그랬다. 두둑이 끓여놨다고 생각했는데 몇 끼니를 먹으니 고새 동이 났다. 내가 먹을 국물을 오래 우려내는 일도 꽤 멋진 일 같다. 그래서 현재 내 점수는….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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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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