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은 가고 김건희만 남아…李, 표 되면 뭐든 하고 누구든 버릴 듯
너무 편리해서 위험한 ‘李 실용주의’
尹 주변 ‘집권 대박, 아니면 말고’ 식, ‘참을 수 없는 보수의 가벼움’
윤 후보와 국민의힘 잘못만은 아니다.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보여주는 신공(神功)이 놀랍다. 역대 유력 대선후보 가운데 이렇게 숱한 허물과 전비(前非)를 지닌 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그런 잘못에 대처하는 이 후보의 방식이 너무도 신속 태연하며, 심지어 당당하다. 그러니 보는 사람이 더 헷갈린다.
그 과정에서 아전인수와 적반하장, 남 탓과 궤변 등 많은 ‘기술’이 동원되지만, 아들 문제에서 보듯 필요하다면 사과도 빠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 안 하고, 뒤늦게 사과하면서도 남 얘기 하는 듯한 유체이탈 화법으로 복장을 터지게 했다면 이재명은 대응의 타이밍을 놓치는 법이 거의 없다.
정책 뒤집기도 여반장(如反掌)이다. ‘모(毛)퓰리즘’ 논란에서 보듯, 표가 되면 뭐든 ‘이재명은 합니다’. 대장동 게이트에서 봤듯, 가까웠던 사람도 쉽게 버릴 수 있는 캐릭터다. 그런 점들이 오히려 한 번 정하면 바꿀 줄 모르는 교조주의에 빠져 집권 4년 반 자기들끼리 해먹은 문 정권에 질린 사람들에게 신선감마저 주는 것도 사실이다.
너무 편리한, 그래서 위험한 이재명식 실용주의다. 국가 정책의 제1 요건인 일관성을 흔들 뿐 아니라, 막상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준다. 문 대통령과 친문 세력도 이 후보가 집권하면 토사구팽(토死狗烹)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
윤석열 후보는 그 반대다. 가까운 사람은 끝까지 지키려 한다. 시중에 돌아가는 민심도 모르고, 본인 표현대로 ‘제 처’ 김건희를 애처롭게 바라본다. 이쯤 되면 김건희 씨가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속죄의 봉사 활동이라도 꾸준히 해야 하건만, ‘요양’ 운운하며 아내의 건강을 걱정한다. 좋은 남편이겠으나 훌륭한 지도자감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김종인과 ‘윤핵관’들을 내치고 선거대책위를 슬림화한다면서 중용하는 사람이 또 권영세 원희룡 같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다. 너무 쉽게 가려 한다. 아직도 ‘검사스러운’ 골목대장 리더십을 버리지 못했다. 이번 개편 때 윤희숙 전 의원 같은 사람을 선대본부장으로 전격 중용했다면 뭔가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이런 윤석열의 결점을 보완하기는커녕 도리어 대량 실점을 유발하는 게 그의 주변에 몰려든 ‘대선 한탕주의자’들이다. 대표 선수는 역시 김종인. 긴 말이 필요 없다. 그쯤 했으면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만족함을 알고 멈추기를 바람)’하고 말을 줄이시라. 보수는 품격인데,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윤 후보 주변 사람들이 웰빙 보수 특유의 ‘집권하면 대박, 아니면 말고’ 식 기회주의 속성을 드러내 피로감을 준다. ‘참을 수 없는 보수의 가벼움’이다.
어차피 국민의힘을 보고 윤석열을 지지한 사람은 많지 않다. 정권교체라는 대의(大義)를 구현할 도구로 그가 가장 적합해 보였기에 그 당에 올라탄 윤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가 대다수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선거에 생존을 걸고, 대선 때만 되면 집 나갔던 사람들도 돌아와 뭉치는 진보좌파 진영, 그런 생리에 힘입어 연일 정책 행보를 펼치는 이재명 후보 측과 너무 대비된다. ‘김건희 리스크’만 해도 버거운 터에 주변도 그 모양이니, 정권교체 도구로서 윤석열의 매력지수는 떨어졌다. 아울러 정권교체의 대의마저 흔들리는 위기 상황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있다. 이번 대선에선 사상 처음 누굴 뽑느냐가 아니라 누굴 안 뽑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이다. 동맹을 흔들며 북-중(北中)과 밀착해 안보를 위협하고, 내일이 없는 포퓰리즘 돈 풀기로 나라와 청년의 미래에 암운(暗雲)을 드리우며, 무엇보다 법치와 상식은 물론 언어까지 파괴한 문 정권의 시즌2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라를 걱정하는 유권자들은 말 안 해도 알고 있다. 이런 대의와 견주면 윤석열이나 그 주변의 문제는 어쩌면 사소하다. 그리하여 윤석열이 됐든 안철수가 됐든, 야당 대선후보 이름은 바로 이 네 글자다. 정권교체.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너무 편리해서 위험한 ‘李 실용주의’
尹 주변 ‘집권 대박, 아니면 말고’ 식, ‘참을 수 없는 보수의 가벼움’
박제균 논설주간
대장동은 가고 김건희만 남았다. 대권 경쟁 보려 했더니, 야당의 지저분한 권력투쟁만 봤다. 최근 대통령 선거 판을 들여다본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이러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하지 않았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윤 후보와 국민의힘 잘못만은 아니다.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보여주는 신공(神功)이 놀랍다. 역대 유력 대선후보 가운데 이렇게 숱한 허물과 전비(前非)를 지닌 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그런 잘못에 대처하는 이 후보의 방식이 너무도 신속 태연하며, 심지어 당당하다. 그러니 보는 사람이 더 헷갈린다.
그 과정에서 아전인수와 적반하장, 남 탓과 궤변 등 많은 ‘기술’이 동원되지만, 아들 문제에서 보듯 필요하다면 사과도 빠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 안 하고, 뒤늦게 사과하면서도 남 얘기 하는 듯한 유체이탈 화법으로 복장을 터지게 했다면 이재명은 대응의 타이밍을 놓치는 법이 거의 없다.
너무 편리한, 그래서 위험한 이재명식 실용주의다. 국가 정책의 제1 요건인 일관성을 흔들 뿐 아니라, 막상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준다. 문 대통령과 친문 세력도 이 후보가 집권하면 토사구팽(토死狗烹)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
윤석열 후보는 그 반대다. 가까운 사람은 끝까지 지키려 한다. 시중에 돌아가는 민심도 모르고, 본인 표현대로 ‘제 처’ 김건희를 애처롭게 바라본다. 이쯤 되면 김건희 씨가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속죄의 봉사 활동이라도 꾸준히 해야 하건만, ‘요양’ 운운하며 아내의 건강을 걱정한다. 좋은 남편이겠으나 훌륭한 지도자감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런 윤석열의 결점을 보완하기는커녕 도리어 대량 실점을 유발하는 게 그의 주변에 몰려든 ‘대선 한탕주의자’들이다. 대표 선수는 역시 김종인. 긴 말이 필요 없다. 그쯤 했으면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만족함을 알고 멈추기를 바람)’하고 말을 줄이시라. 보수는 품격인데,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윤 후보 주변 사람들이 웰빙 보수 특유의 ‘집권하면 대박, 아니면 말고’ 식 기회주의 속성을 드러내 피로감을 준다. ‘참을 수 없는 보수의 가벼움’이다.
어차피 국민의힘을 보고 윤석열을 지지한 사람은 많지 않다. 정권교체라는 대의(大義)를 구현할 도구로 그가 가장 적합해 보였기에 그 당에 올라탄 윤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가 대다수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선거에 생존을 걸고, 대선 때만 되면 집 나갔던 사람들도 돌아와 뭉치는 진보좌파 진영, 그런 생리에 힘입어 연일 정책 행보를 펼치는 이재명 후보 측과 너무 대비된다. ‘김건희 리스크’만 해도 버거운 터에 주변도 그 모양이니, 정권교체 도구로서 윤석열의 매력지수는 떨어졌다. 아울러 정권교체의 대의마저 흔들리는 위기 상황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있다. 이번 대선에선 사상 처음 누굴 뽑느냐가 아니라 누굴 안 뽑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이다. 동맹을 흔들며 북-중(北中)과 밀착해 안보를 위협하고, 내일이 없는 포퓰리즘 돈 풀기로 나라와 청년의 미래에 암운(暗雲)을 드리우며, 무엇보다 법치와 상식은 물론 언어까지 파괴한 문 정권의 시즌2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라를 걱정하는 유권자들은 말 안 해도 알고 있다. 이런 대의와 견주면 윤석열이나 그 주변의 문제는 어쩌면 사소하다. 그리하여 윤석열이 됐든 안철수가 됐든, 야당 대선후보 이름은 바로 이 네 글자다. 정권교체.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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