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유일의 고려 도성에서 대규모 방어시설 첫 확인

 

남한 유일의 고려 도성에서 대규모 방어시설 첫 확인

강화중성에서 길이 19m 치성(雉城) 드러나

유석재 기자

입력 2021.12.02 15:04

 

 

강화중성에서 확인된 치성의 기단 시설, 판축 기법으로 쌓아올린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고구려 성의 독특한 특징으로 지목되는 것이 치성(雉城)이다. 치성은 성벽의 바깥쪽에 돌출시켜 방어에 유리하게 만든 시설물이다. 치성의 높은 위치에서 성을 공격하는 적군을 공격하면 근접 공격하는 적이 오히려 포위되는 상황이 된다. 치성은 고려와 조선의 성곽 양식에도 계승됐다.

그런데 휴전선 이남의 고려 도성에서 완전한 규모의 대규모 치성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고려가 몽고의 침략에 항전하기 위해 수도를 강화도로 옮겨 지은 유적인 강화중성에서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강화중성 남성벽 구간인 대문고개 서쪽 능선부(선원면 냉정리 산8번지 일원) 1400㎡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길이 19m, 너비 4.5~4.7m, 남은 높이 1.3~2.6m 규모의 치성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대체로 좁고 긴 모습이었다.

강화중성 제3차 발굴조사 현황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치성은 성벽 축조기법과 같은 판축 방식으로 축조됐다. 판축 방식은 판으로 틀을 만들어 그 안에 성질이 다른 흙이나 모래 등을 넣어 단단하게 다져 흙을 쌓아올리는 기법이다. 치성 주변에선 많은 기와, 문을 고정하는 돌인 문확석, 건물 기둥을 받치는 돌인 초석 등 유물이 발굴됐다.

 

치성과 이어전 성벽의 너비는 치성과 같았으며, 성벽과 치성에 오를 수 있게 만든 구조물인 계단 형태의 등성(登城) 시설도 드러났다. 발굴단은 성에 망루 형태의 건물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강화중성은 고려가 수도를 강화도로 천도한 이후 건립한 3개의 성곽인 내성·중성·외성 가운데 하나다. 중성은 수도 강화를 둘러싼 토성으로, 현재 확인된 길이는 총 11.39㎞다. ‘고려사’에는 강화중성이 1250년(고려 고종 37년)에 축조됐고 둘레가 2960칸이며 17개의 크고 작은 성문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