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병들었는데 잘못했다는 사람이 없다[김형석 칼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21-11-19 03:00수정 2021-11-19 03:03
국민 아닌 정권 위한 정치 한 文정부
정치질서 파괴 박근혜 정부 때보다 악화돼
이념권력에 자유민주주의 맡겨선 안 돼
그런 국민들의 기대와 책임을 안고 문재인 정권이 태어났다. 국민들은 청와대와 민주당에 고칠 것은 바로잡고 개혁할 점은 국민들의 협조를 얻어 새 출발을 하기를 염원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청와대와 민주노총 등이 촛불혁명을 내세우면서 보수와 공존하는 진보가 아닌 좌파적 이념정치를 정책화시켰다. 이념정권은 역사적으로 예외 없이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정권을 위한 정치를 택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정치이지, 주어진 목적이나 고정된 방법이 허락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뜻을 따라 정치 방향을 정하며, 국민들이 선출한 지도자들이 선도해 가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이념정치를 택했기 때문에 정치 방향과 방법이 정해져 있다고 착각했다. 국제 경험이 부족한 법조계 출신과 운동권 산하 책임자들이 청와대와 여당의 핵심을 차지하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떠나 대한민국다운 위상까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념정치는 국민들을 전례 없는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었다. 지도자가 범할 수 없는 반민주적이며 비애국적인 사회상을 만들었다. 이념을 달리하는 애국적인 지도자들까지도 적폐청산의 대상이 됐다.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보다는 이념을 같이하는 인사가 집권하는 모순을 범했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믿지 못하고, 여당의 정치적 강경파는 입법부의 한계를 넘어 행정과 사법부에까지 관여하는 발언과 행동을 삼가지 않았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150년 전의 경제 원리를 도입했고, 인사의 난맥상은 상식과 공정을 유린해 버렸다. 조국 사태를 가지고 긴 세월을 허송했다. 지금은 정부와 여당에서 국민을 위해 중책을 맡았던 공직자들이 밀려나거나 떠나 야당의 지도자가 되고 대선 후보가 되었다.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거나 원한 국민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탄핵은 현 정권의 경우와 비교하면 경중의 차이가 더 심각하다. 법적 과오는 기다려 보겠지만 정치질서의 파괴는 역사적으로 더 큰 책임을 남긴다.
정치질서 파괴 박근혜 정부 때보다 악화돼
이념권력에 자유민주주의 맡겨선 안 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박근혜 정부 말기에 많은 국민들이 ‘정치다운 정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촛불을 들었다. 국민들의 정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치계에 대한 실망과 분노였다. 그 핵심은 청와대의 무능과 실책에 있었다.그런 국민들의 기대와 책임을 안고 문재인 정권이 태어났다. 국민들은 청와대와 민주당에 고칠 것은 바로잡고 개혁할 점은 국민들의 협조를 얻어 새 출발을 하기를 염원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청와대와 민주노총 등이 촛불혁명을 내세우면서 보수와 공존하는 진보가 아닌 좌파적 이념정치를 정책화시켰다. 이념정권은 역사적으로 예외 없이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정권을 위한 정치를 택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정치이지, 주어진 목적이나 고정된 방법이 허락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뜻을 따라 정치 방향을 정하며, 국민들이 선출한 지도자들이 선도해 가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이념정치를 택했기 때문에 정치 방향과 방법이 정해져 있다고 착각했다. 국제 경험이 부족한 법조계 출신과 운동권 산하 책임자들이 청와대와 여당의 핵심을 차지하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떠나 대한민국다운 위상까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념정치는 국민들을 전례 없는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었다. 지도자가 범할 수 없는 반민주적이며 비애국적인 사회상을 만들었다. 이념을 달리하는 애국적인 지도자들까지도 적폐청산의 대상이 됐다.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보다는 이념을 같이하는 인사가 집권하는 모순을 범했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믿지 못하고, 여당의 정치적 강경파는 입법부의 한계를 넘어 행정과 사법부에까지 관여하는 발언과 행동을 삼가지 않았다.
우리는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군사정권의 탄압을 극복하고 민주정치의 기반인 법치국가를 건설했다. 법치국가는 권력이 법을 지배하지 않는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역행이다. 법은 선한 사회가치를 높이기 위한 질서를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법까지 권력으로 좌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상실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직자들은 자율성을 빼앗겼다. 현재 경제 강국 건설의 공로자들인 기업가들은 사회악의 주인공 취급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재난지원금 보상 운운하면서 국민경제의 정신적 가치를 혼미하게 만들고 있다. 국가의 장래를 책임져야 할 청소년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정치적 수단이나 이용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 결과는 용서받을 수 없는 사회악이 된다.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국가 존립의 기본 가치인 진실과 정직, 정의와 공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언론중재법까지 떠들고 있다. 사회가 불치의 병으로 빠져드는 데는 순서가 있다. 지도자에게서 진실과 정직이 사라지고 집권층 사람들이 관권과 이권에 빠지게 되면 정의가 무너진다. 그 다음에는 언론을 비롯한 사상적 자유가 실종된다. 인간애까지 정치의 제물이 되면 그 사회는 생명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지금 국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염원하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화천대유 사건의 특검을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치가 아직 죽지는 않았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는 호소이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마당에 서 있다. 정치 현실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정치는 필요악’의 한계 안에 묻어두려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야 지도자들은 스스로의 잘못을 먼저 깨닫는 편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우리는 무엇이나 할 수 있고 모든 잘못은 상대방과 국민에게 있다는 이념권력에 자유민주주의를 맡겨 둘 수는 없다.
과거를 더 따질 필요도 없고 현재에 만족해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는 모두가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다. 어떤 정치적 위치에 머물러도 그것은 미래를 위한 현재의 시간이다. 언제나 한마음 한뜻으로 국민 전체에게 주어진 의무를 책임질 시점에 놓여 있다. 잘못된 과거가 있었기에 더 소망스러운 미래를 창출할 책임과 권리를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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