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성장의 회복'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상상할 수 없는 신속한 대규모의 국가 투자에 나서겠다"고 했다.
연설문을 읽어보니, 아무래도 그의 성장 정책은 '정부 주도'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가 다른 연설에서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본받겠다고 한 것만 보더라도 '정부 주도'가 맞는 거 같다. 루스벨트 뉴딜은 대공황을 이겨내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투자를 했다. 기업 활동에도 적극 개입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성장 정책은 한계가 있다. 성장을 이끄는 '파괴적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성장이 되려면 기존의 기득권 기업을 무너뜨릴 혁신이 나와야 한다. 그 혁신 기업이 또 다른 기득권이 되면 이 기득권마저 파괴할 새로운 혁신이 나와야 한다. 이런 '파괴적 혁신'의 선순환이 없다면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파괴적 혁신이 나오는 곳은 시장이다. 정부가 아니다. 관료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시장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대신할 수 없다. 정부가 기업의 선택에 개입하면 혁신을 방해할 위험이 크다. 기득권과 정치, 기득권과 관료의 유착으로 혁신의 싹을 죽일 위험마저 있다. 성장은 정부가 아닌 시장이 주도하는 게 옳다. 시장과 정부의 관계를 거꾸로 보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는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정확히는 시장과 정부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 걸까.
솔직히 우려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는 지난 7월 2일 기자 간담회에서 집값 안정 대책을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고, 또 반면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다는 게 둘 다 일리가 있습니다."
애매한 말이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라는 말만 떼어놓고 보면 정부 뜻대로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다'는 말도 했다. 정부가 시장 원리에 어긋난 정책을 펴면 안 된다는 말로 들린다.
단서는 이 후보의 그다음 말에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음만 먹고 정확한 정책, 강력한 의지 그리고 신뢰가 있으면 굳이 어렵지 않게 집값을 적정 규모로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정책이 정확하고, 리더의 의지가 강력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정부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능력 있는 정부'라는 건 어떻게 검증할까. 정부가 시장의 건전한 판단을 이끌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과도한 자신감 아닐까.
노자 도덕경 55장에는 '아무사이민자부(我無事而民自富)'라는 구절이 나온다. '(임금인) 내가 일거리를 만들지 않으니 백성이 저절로 부유해진다'라는 뜻이다. 정부에게 겸손을 요구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정부 개입의 역효과를 경고한 말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가 이 말을 새기고 시장과 정부 사이의 관계에 대해 보다 숙고한다면 보다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