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작원, 청와대서 5~6년 근무했다” 고위층 탈북자의 증언
입력 2021.10.11 13:34
검은 색 선글라스를 쓴 채로 인터뷰에 응한 탈북자 김국송(가명)씨. /BBC방송 캡처
“북한 공작원들이 한국의 주요 기관 뿐 아니라 각계 사회단체에 침투해 맹활약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30년 동안 북한 첩보기관에서 몸 담았던 탈북민 김국송(가명)씨가 11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간첩의 한국내 암약 실태와 북한의 천안함 폭침 등에 대해 세세하게 증언했다. BBC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김씨는 북한 첩보기관에서 활동하며 대남공작과 암살 등 특수 임무를 맡았고, 김씨 일가의 통치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마약 생산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2014년 탈북해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국정원 산하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그가 폭로한 모든 내용을 검증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신원에 대해서는 확인했으며 일부 주장들이 사실과 일치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①“북한 간첩, 청와대서 근무”
김씨는 북한에서 자신이 맡았던 업무 중 하나가 대남 대응 전략 개발이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직접 간첩을 한국에 보냈다”면서 “1990년대 초 남파 공작원들이 청와대에서 5~6년 동안 근무한 뒤 무사히 북한으로 복귀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목표는 한국 정치를 예속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 북한 공작원이 청와대까지 침투했다는 주장이다.
②김정은, 황장엽 암살 공작과 천안함 폭침 지시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을 앞두고 자신이 ‘강인한 전사’라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관리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관리를 암살하기 위한 테러 대책반을 구성하라고 명령했다. 김씨는 “극비리에 황장엽 선생을 테러하기 위한 TF팀이 꾸려졌고, 내가 직접 이 공작을 지휘했다”면서 “‘최고지도자’라는 전사가 된 김정은이 (김정일을) 만족시키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천안함이나 연평도 작전에 관여한 적은 없지만 정찰총국 간부들 가운데서는 비밀이 아니고 (북한 소행으로) 그렇게 알고 있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북한에서는 도로 하나도 최고지도자의 허락 없이 만들 수 없다”면서 “김정은 특별 지시에 의해 공작되고 이행된 군사 성과”라고 했다.
③달러 벌이 위해 마약과 무기 밀거래
북한 지도부가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마약 거래는 물론이고 중동·아프리카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씨는 “북한에서 마약을 집중적으로 생산한 때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라며 “그때 김정일의 혁명 자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는데 내가 세 명의 외국인을 북한에 데려와 마약 생산기지를 만들어 운영했다”고 했다. 그는 “얼음(필로폰 지칭 은어)을 대량 생산해 달러를 벌었다”며 “그렇게 번 돈은 김정일에게 상납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특수소형잠수함, 반잠수함, 유고급 잠수함을 최첨단 수준으로 만든다”면서 “북한 관리가 이란 총참모장을 불러 들여 판매할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장기 내전을 치르고 있는 국가들에 주로 무기와 기술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BBC는 최근 몇 년 간 북한이 시리아, 미얀마, 리비아, 수단 등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엔이 경고했다고 전했다.
④“북한, 그동안 0.01%도 안바뀌어”
김씨는 최근 북한에서는 간첩보다 사이버 기술을 이용해 한국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숙련된 해커 6000명으로 구성된 군대를 창설했다”면서 “북한의 스파이와 사이버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년제인 북한 모란봉 대학에서 전국 각지의 인재를 선발해 (사이버전에 특화된) 특수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2014년에는 이 조직이 소니픽처스를 해킹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남북 대화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특정조건이 충족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 한국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을 언급하며 “내가 한국에 와서 몇 년간 잘 지내는 동안 북한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우리가 재차 인식해야 할 것은 북한은 지금까지 0.01%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권층이었던 자신이 탈북한 배경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1년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인의 숙부인 장성택을 포함해 위협 요소로 여기는 사람들을 숙청하기 시작했다”면서 “나도 신변의 위험을 느껴 한국으로 도피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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