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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

[강천석 칼럼] 文 정권의 ‘독립 후 독립운동’은 허망하고 어리석은 國力 낭비

[강천석 칼럼] 文 정권의 ‘독립 후 독립운동’은 허망하고 어리석은 國力 낭비

일본과 같은 국방 예산 쓰는 한국이 왜 弱者인가
국방 예산 36% 늘렸는데도 核 위협 도리어 커진 안보 逆說

강천석 논설고문

입력 2021.09.04 03:20

 

며칠 전 일본 신문에 짤막한 한국 관련 기사가 실렸다. 이런 내용이다. “한국 정부 내년 예산안 가운데 국방비는 55조2277억원(약 5조3000억엔(円))으로 올해 일본 국방비 5조3422억엔과 같은 규모다. 일본 정부는 구매력평가 기준으론 한국 국방 예산이 2018년부터 일본보다 많아졌다고 판단한다. 국민 1인당 국방비 부담은 한국이 일본의 2.4배다. 2023년 이후엔 명목 금액으로도 한국 국방비가 일본을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에 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협정 비준동의안(원안)'이 통과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세계가 참 많이 변했구나 한국이 정말 많이 컸구나 하는 느낌이 먼저 든다. 일본은 1968년부터 42년 동안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란 자리를 지켰다. 이렇게 빨리 일본만큼 국방비를 많이 지출하는 나라가 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 것이다. 한국 인구는 5182만 명, 일본은 1억2605만 명, 국민 총생산(GDP)은 한국 1조6000억달러 일본 5조81억달러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만큼, 앞으론 일본보다 더 많이 국방비를 지출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국가 생존 방식인가 하는 의문도 따른다. 이런 국가 운영 방식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고 그것이 한국의 미래에 무슨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걱정이다.

돈을 써야 할 데 필요한 만큼 올바로 쓰면 만족감이 든다. 국방 예산을 늘렸으면 그만큼 국민의 안보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져야 한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국방 예산이 37% 증가했다. 이명박 정권에선 29%,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17% 늘었다. 그 이후 북한의 원자폭탄 수소폭탄은 60여 개로 추산될 정도로 크게 늘었고, 핵폭탄을 실어 나르는 미사일 발사체도 훨씬 다양해졌다. 국민이 느끼는 핵 위협은 더 커진 것이다.

핵무기로 위협하는 상대에게 재래식 무기 강화로 맞섰던 나라도 없고, 그런 방식으로 성공한 전례(前例)도 없다. 한국이 일본만큼 국방비를 지출하고도, 한국 국방 예산의 60분의 1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 공갈에 끌려다니는 것은 누구 눈에도 이상한 모습이다. 사실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키가 큰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체중이 무거운 선수를 투입하는 농구 감독 같은 전략을 써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보다 국방 예산 증가율이 높았던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다. 진보 정권에선 국방비를 현상 유지하거나 감축하는 것이 세계 상식이다. 한국은 이런 상식과 어긋난 예외(例外) 케이스다. 그 이유는 두 정권이 미군 기지 반환·이전과 전시작전권을 돌려받는 조건을 갖추려고 과거 미군 역량(力量)으로 수행하던 역할을 한국군이 대신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돈은 더 많이 쓰는데도 안보 능력은 강화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미국 무기를 사우디아라비아·오스트레일리아·아랍에미리트 다음으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소위 진보 정권의 안보 역설(逆說)이다.

 

군사 대국화하는 일본의 위협이란 말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같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인데 일본은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고 한국은 다르다고 주장하면 논리의 모순을 일으킨다. 일본은 GDP 대비 국방 예산이 1%다. 미국이 국방 예산을 늘리라고 줄기차게 압력을 넣었는데도 국민 반대를 방패 삼아 이리저리 피해 왔다. 그 대신 주일(駐日) 미군 주둔 경비를 증액하거나 미국 무기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미국을 달랬다. 미·일 동맹 강화가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란 판단 때문이다. 일본이 GDP 대비 2% 수준으로 증가시키면 당장 군사 대국이 되겠지만 그런 일은 가까운 시일 안에는 벌어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항일(抗日) 독립운동 외교 노선’을 편 정권이다. 2017년 12월 박근혜 정권의 위안부 문제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시킨 데서 시작해 2020년 광복절 대통령 기념사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까지 장장 2년 6개월 동안 계속됐다. 지금은 원점(原點)으로 돌아와 문(門)을 활짝 열어놓고 일본이 변화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헛바퀴 굴리기 외교다. 이런 외교의 정신적 배경이 약소국(弱小國) 콤플렉스다. 한국이 국방비를 일본과 같은 규모로 지출하는 나라가 됐는데도 문 정권은 약자 코스프레 버릇을 외교에서도 버리지 못했다. 덩치만 커졌지 생각은 자라지 못한 탓이다.

‘독립 후 독립운동’을 벌이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고 그처럼 어리석고 허망한 국가 에너지를 낭비도 없다.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몇몇 사람들 가운데도 그럴 조짐이 벌써 보인다. 일단 그런 사람부터 대통령 후보 리스트에서 걸러낼 일이다.